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도는 잠정 실적(매출 52조원, 영업이익 7조 2000억원)을 지난 8일 발표했다. 실제 지난 1월 초 삼성전자가 어닝쇼크 수준의 2013년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이후 1월 말까지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이 9% 이상 하향조정됐다. 하지만 시장 예상치 수준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던 올해 1분기의 경우에는 실적전망 하향조정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삼성전자 어닝쇼크의 경우에도 관련주들의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한편 매기의 확산을 일부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여전히 종목선별의 우선적인 기준을 실적에 두는 투자자세가 필요하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표적인 수출주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을 확인한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 발표가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하락종목 수 대비 상승종목 수의 비율을 나타내는 ADR(상승종목 비율)지표가 하락 반전하며 상승종목 수가 다시 줄어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주식시장 전체로 놓고 볼 경우 지수의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둘러싼 불투명성을 덜어낸 점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주가가 소폭 오름세로 마감했으며, 코스피도 장중 조정을 통해 실적 부진의 충격을 흡수해 나가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부진한 잠정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동요가 제한적일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지난 8일자 당사 WM Daily, Market View를 통해 언급했듯이 과거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 당시 주가 수준에 따라 단기 방향성이 엇갈렸던 것처럼 이번의 경우에도 실적전망 하향조정 가능성이 주가에 선반영되었다는 인식이 강화된 때문으로 보여진다.
또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상대국(미국·유럽·중국 등)들의 경기 회복세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내 수출 기업들의 3분기 이후 매출이 더욱 늘어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은 북미지역을 강타한 한파로 지난 1분기 성장률이 5년 만에 최저치(-2.9%)로 떨어졌지만, 2~4분기에는 3%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6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수신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끌어내리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유로존 역시 정부정책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하반기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에도 정부의 지속적인 미니부양책 발표가 센티먼트 지표의 개선세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는 10일 발표될 6월 수출은 지난 4~5월보다 증가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며, 수입도 1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중국의 안정 성장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줄 전망이다. 경제지표 예상치와 실제치의 괴리도를 나타내는 중국 이코노믹 서프라이즈 인덱스가 4개월 만에 다시 기준선(0)을 회복하며 시장의 예상보다 양호한 경제지표 발표가 많아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전망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전망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해명 자료를 통해 밝힌 것처럼 이번 2분기 실적 악화가 구조적 문제가 아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여지가 남아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우호적인 대외변수와 펀더멘털의 개선 기대가 삼성전자 실적부진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변동성을 활용한 비중확대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 최용우 우리투자증권 이촌동 지점장 (02-792-5092)
[뉴스핌 Newsp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