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복지

속보

더보기

[마약중독자의 고백㉙] 마약에 빠진 신학생.."신이 있다면"

기사입력 : 2019년06월05일 09:48

최종수정 : 2019년06월05일 09:48

고등학교 시절, 친구 권유로 손 댄 마약..대마초에서 필로폰까지
교도소서 알게된 목사 권유로 검정고시 합격해 신학교 입학
신앙생활에도 불구하고 다시 마약에 빠져 수감과 출소 반복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윤혜원 기자 = 중학교 시절 김정문(가명)씨는 수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영특했다. 성적이 좋을 때는 전교 2등을 하기도 했다. 학급 반장도 도맡았고 선생님들도 김 씨에게 “기대가 크다”며 추켜세웠다. 가족들의 기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김 씨가 조금 다른 길로 빠지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에 올라갈 무렵이었다. 김 씨는 공부만큼이나 싸움도 잘했는데, 어느새 주변에는 싸움 좀 한다는 친구들로 북적였다. 그 친구들은 이미 본드, 가스, 알약 등 손 대지 않은 마약이 없을 정도였다.

김 씨는 그런 친구들 사이에서도 마약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만, 곧 호기심에 사로잡히고 만다. 거짓된 달콤함에 빠진 김 씨의 학업은 무너져갔고 결국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자퇴했다.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 내 약물진료소로 향하는 계단 [사진=임성봉 기자]

김 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주먹뿐이었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김 씨는 조직폭력배에 들어간 후 폭력과 마약으로 찌들게 됐다. 함께 주먹 생활을 하던 친구들은 대마초를 흡연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방에 한 번씩 다녀오면 몇 자루씩 대마를 가져오기도 했다.

김 씨 역시 빠른 속도로 대마에 빠져들었고 온갖 마약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몸이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김 씨는 멈출 수 없었다. 성격은 더 폭력적이고 고집적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그런 김 씨를 하나 둘 떠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주먹 세계에서 발 붙이기가 힘들어진 김 씨는 다른 지역으로 도망치듯 떠났다. 새출발을 각오하며 단약(마약을 끊는 일)에도 들어갔다. 문제는 술이었다. 반주로 마시던 것이 점점 늘어 김 씨는 술 없이는 하루도 지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그리고 술은 다시 마약을 불렀다.

20대 초반 김 씨는 이 시기부터 마약 투약으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날이 늘었다. 그런 김 씨를 보며 부모님은 많이 울었고 “마약을 끊으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김 씨는 교도소에서 “착했던 우리 아들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오열하는 어머니를 보고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김 씨는 단약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실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다. 그는 결국 교도소에서 몇 번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자신이 죽으면 부모님도 더는 고통받지 않을 거라는 어린 생각이었다.

죽음의 사선에서 돌아온 김 씨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출소한 후 담배도, 술도, 마약도 모두 끊고 검정고시를 준비해 단 번에 합격했다. 김 씨는 교도소에서 알게 된 목사님의 권유로 신학교에 입학했다.

김 씨의 장밋빛 꿈과는 달리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궁핍한 생활이 이어지자 김 씨는 다시 담배를 피웠고 술도 마셨다. 급기야 완전히 끊었다고 생각했던 마약에 다시 빠지게 된다.

결국 신학생이었던 김 씨는 차가운 교도소로 다시 수감됐다. 후회와 눈물로 지낸 끝에 출소한 김 씨는 다시 신앙에 의탁했다. 특히 고생만 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마음을 굳게 다졌다. 운 좋게 작은 회사에도 취업해 돈을 벌면서 학업에 매진했다.

바쁜 시간을 보내던 중 김 씨에게 한 친구가 연락을 해왔다. 과거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현재 한 지방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전하던 그때, 친구가 주머니에서 대마초를 꺼냈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김 씨는 친구와 함께 대마초를 입에 물고 회포를 풀었다. 그리고 대마초는 일종의 ‘관문’처럼 이어 김 씨를 필로폰으로 안내했다.

악마의 또 다른 모습 ‘필로폰’은 김 씨에게 혹독한 대가를 요구했다. 김 씨는 마약을 구매하기 위해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을 속여 돈을 구했다. 심지어는 강제로 돈을 뺏기도 했다. 마약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사람들은 김 씨로부터 멀어졌다. 김 씨의 건강 역시 빠르게 악화됐다.

마약은 다음으로 김 씨에게 마지막 남은 정신을 갉아먹었다. 어느날은 약 기운에 깨보니 다른 사람의 변을 먹고 있거나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먹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외에도 이해할 수 없는 엽기적인 행동을 자주 보였다.

그런 김 씨의 종착역은 교도소였다. 감옥에 들어가면 후회로 시간을 보냈고, 출소 후에는 마약에 지배되는 생활이 반복됐다. 그럴때면 그는 자신을 깎아내리고 자괴감에 몸부림쳤다. 김 씨는 이제 평범한 삶을 꿈꿀 수 없었다. 현실 속에서 김 씨가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교도소를 나온 김 씨는 혈서를 쓰며 반드시 마약을 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씨는 작은 회사에 취업하고 주말에는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일이 끝나면 몸을 혹사시키듯 운동에 전념했고 독서를 취미로 삼으려고 노력했다. 마약을 생각할 틈조차 만들지 않겠다는 나름의 계획이었다.

문제는 역시 술이었다. 직장 동료들과의 한 잔, 두 잔이 곧 한 병, 두 병이 됐다. 곧 유흥에 빠진 김 씨는 취해있는 날이 점점 늘었다. 이런 그에게 마약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랜만에 회포를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환청도 들렸다.

마약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한 김 씨는 치료시설로 도망쳤다. 시설에서의 치료는 김 씨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체계적이었다. 다른 중독자들과 함께 단약에 들어간 것 역시 처음이었다. 지독한 금단증상이 찾아올 때면 이들은 자신의 일인 것처럼 김 씨를 응원하고 격려했다. 마약의 유혹은 집요했고 도망가는 김 씨를 끝까지 쫓아왔다. 그럼에도 김 씨는 단약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 목사님의 소중한 한마디 말 덕분이었다. 김 씨는 지금까지도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마약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마약을 하는 자에게 신은 고통만 내릴 뿐이다”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imbong@newspim.com

[관련기사]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3%p↓, 38.1%…"與 총선참패 '용산 책임론'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해 30%대 후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8.1%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59.3%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5%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21.2%포인트(p)다. 긍정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2.3%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1.6%p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36.0% '잘 못함' 61.0%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0.0% '잘 못함' 65.5%였다. 40대는 '잘함' 23.9% '잘 못함' 74.2%, 50대는 '잘함' 38.1% '잘 못함' 59.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51.6% '잘 못함' 45.9%였고, 70대 이상에서는 60대와 같이 '잘함'이 50.4%로 '잘 못함'(48.2%)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8.5%, '잘 못함'은 60.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1.4% '잘 못함' 65.2%, 대전·충청·세종 '잘함' 32.7% '잘 못함' 63.4%, 부산·울산·경남 '잘함' 47.1% '잘 못함' 50.6%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58.5% '잘 못함' 38.0%, 전남·광주·전북 '잘함' 31.8% '잘 못함' 68.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7.1% '잘 못함' 60.5%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34.7% '잘 못함' 63.4%, 여성은 '잘함' 41.6% '잘 못함' 55.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배경에 대해 "108석에 그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가 '윤 대통령의 일방적·독선적인 국정 운영 스타일로 일관한 탓이 크다'라는 '용산 책임론'이 대두되며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 결과에 대해 실망한 여론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최근 국무회의 발언 등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 상황도 나아지고 있지 않아 추후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4-18 06:00
사진
이재명 "尹 영수회담 제안 환영...총선 민심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 [서울=뉴스핌] 홍석희 윤채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 "국민과 함께 환영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대통령을 만나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도록 하겠다"여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3.06 leehs@newspim.com 이어 "국민들께선 '살기 어렵다. 민생을 살리라'고 준엄하게 명령했다"며 "우리 정치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과 정부 그리고 국회가 함께 변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한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또 주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번 회담이 국민을 위한 정치 복원의 분기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중동 사태 등으로 고유가 현상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6월말까지 연장했지만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개월만에 유가가 또 상승해 고물가 행진에 기름을 붓는 거 같아 참 걱정"이라며 "먹거리 고물가 지속으로 2월 물가 상승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넘었다. 35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최근 고유가·강달러는 예상 못한 변수로 인식되고 있는데도 기재부 장관은 근원물가가 안정적이라 하반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 태연하게 말한다"며 "지난해 상저하고를 부르던 상황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유가 시대에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적극적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민주당은 지난해 이런 유동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hong90@newspim.com 2024-04-22 10:0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