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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의 고백⑲]비밀정체 탄로난 잠입 여경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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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검사 피하려고..정상인 소변 담은 주머니 찬 '마약사범'
마약사범 본인 소변 맞는지 확인..소변에 온도계 넣는 '경찰'
잠복과 변장은 기본..속고 속이는 숨 막히는 추격전까지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마약 중독자들은 신체 은밀한 부위에 ‘오줌주머니’를 차고 다닌다. 마약을 하지 않은 정상인의 소변을 담은 주머니다. 마약사범이 경찰에 붙잡혀 마약검사를 할 때, 정상인의 소변을 제출하려는 일종의 ‘꼼수’다. 하지만 경찰 역시 만만치 않다. 경찰은 범인의 소변에 온도계를 집어넣는다. 방금 배출한 소변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소변이 특정 온도 이하면 ‘오줌주머니’에 들어있던 소변으로 거짓 제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장면을 목격한 순간, 마약사범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는 서로 속고 속이는 경찰과 마약사범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마약수사는 경찰 내부에서도 ‘극한의 심리전’으로 불린다. 마약사범은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상상조차 어려운 ‘범행수법’을 만들고 경찰은 이를 뛰어넘기 위해 기상천외한 ‘수사기법’을 고안한다. 일부에서는 “마약사범이 경찰보다 수사기법을 더 잘 안다”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윤흥희 한성대 교수는 이런 마약사범들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베테랑 형사 출신이다. 30년 가까운 경찰 생활 대부분을 강력계에서 보낸 ‘수사통’이다. 2004년에는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창설 멤버로도 활약했다. 현재는 한성대 행정대학원 마약학과에서 외래강사로 있다.

16일 서울 종로구 한성대학교 총동문회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 중인 윤흥희 한성대 행정대학원 마약학과 외래교수의 모습. 윤 교수는 30여년 간 경찰에서 마약 수사 등을 맡은 베테랑 형사 출신이다. [사진=임성봉기자]

윤 교수는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마약조직의 범행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지만, 대한민국 경찰이 있는 한 이들은 반드시 붙잡힌다”며 “수사당국 간 공조체계 미흡, 예산 부족, 전문교육 미비 등 국내 마약수사의 한계 속에서도 현장 경찰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을 따돌리기 위한 마약사범들의 황당한 범행수법부터 이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경찰의 치밀한 작전까지. 이제는 현직을 떠난 윤 교수에게 경찰 마약수사의 ‘풀스토리’를 들어봤다. 다만 윤 교수는 마약사범이 악용할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놨다.

◆정보원, 위장거래 그리고 급습

경찰의 마약수사 중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정보원을 활용한 수사다. 가장 오래된 방법이지만 현재까지도 마약수사의 제1원칙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보원의 종류는 유료 정보원과 무료 정보원 두 가지로 나뉜다. 유료 정보원은 경찰로부터 소정의 돈을 받고 관련 정보를 넘긴다. 무료 정보원은 특수한 관계를 바탕으로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정보원이다.

수사는 정보원으로부터 얻은 첩보의 신빙성을 파악하는 등 수개월 간 진행되는 내사로 시작된다. 정보원은 △자수자 △제보자 △신고자 △여행사 △승무원 등 다양하다. 마약수사는 다른 사건과 달리 피해자가 없는 탓에 정보원 없이는 수사 개시 자체가 어렵다.

제보의 신빙성이 확인되면 구매자와 판매책의 접선 장소와 시간 등을 캐내는 작업이 이어진다. 잠복근무는 기본, 경찰을 따돌리려는 마약사범들의 거래방법 등을 사전에 면밀하게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라도 발생하면 검거는 물 건너간다. 경찰의 수사기법을 꿰뚫고 있는 마약사범들은 경찰의 작은 허점도 놓치지 않는다.

검거 작전이 최종적으로 수립되면 접선 장소를 중심으로 형사들이 배치된다. 마약 판매책 역시 접선 장소 곳곳에 사람을 배치한다. 경찰이 숨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눈을 피해 경찰은 변장하거나 예상치 못한 장소를 물색해 잠복한다. 거래가 이뤄지기 직전까지 경찰과 마약사범 간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이 이어지는 것.

접선 장소에 구매자가 나타나도 곧장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잠복해 있을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판매책은 실시간으로 접선 장소를 바꾼다. 경찰 역시 판매자와 구매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하지만 최종접선 장소에서도 판매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퀵 오토바이 배달기사나 제3자를 통해 마약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잠복해 있던 경찰은 구매자가 마약을 전달받은 후 이를 ‘눈’으로 확인하면 곧바로 검거에 들어간다. 구매자를 붙잡았다고 수사가 종결되는 건 아니다. 구매자를 붙잡은 뒤에야 판매책-유통책-제조책 등 ‘상선’을 파악하는 수사가 개시된다. 마약 수사의 핵심은 거래 과정에 있는 모든 상선을 파악하는 일이다.

정보원 활용 수사가 만능은 아니다. 영악한 마약범죄조직은 경찰의 정보원 활용 수사를 역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른바 ‘역공작’이다. 역공작을 펼치는 수법은 이렇다. 먼저 마약범죄조직에서 전과가 없는 조직원을 제보자로 위장시켜 경찰에 보낸다. 이후 경찰에게 자신의 조직과 관련된 마약 정보의 일부를 넘긴다. 이 과정에서 조직원은 경찰에게 “해당 조직에게 이용만 당하다 버림받아 복수하기 위해 제보하려고 한다”는 그럴듯한 제보 이유를 댄다. 하지만 이 조직원은 경찰의 수사상황 등을 파악해 조직에 보고한다.

실제로 이 같은 수법이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에는 제보를 받은 경찰관이 “그 정보는 이미 입수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검거가 무산된 경우도 더러 있었다. 경찰의 수사정보를 입수한 조직이 증거물을 없앤 후 모두 잠적하면 경찰로서도 손 쓸 도리가 없다.

정보원 활용 수사만큼 많이 이뤄지는 수사기법은 ‘위장거래수사’다. 경찰이 마약 구매자인 척 위장해 판매책을 검거하는 방식이다. 보통 정보원 활용 수사와 병행된다. 하지만 경찰이 판매책과 직접 접선하는 만큼 위험부담도 크다.

실제로 윤 교수도 과거 위장거래 수사 중 판매책에게 정체가 발각된 적이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진=뉴스핌DB]

당시 거래 접선지였던 서울의 한 호텔 로비에서 부하들과 잠복하고 있던 윤 교수에게 판매책이 전화를 걸어왔다. 윤 교수는 이날 작전에서 구매자로 위장한 상태였다. 판매책은 윤 교수에게 “곰(마약사범 사이에서 경찰을 뜻하는 은어)들이 나 잡으려고 변장까지 하고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네요?”라고 말했다. 당연히 검거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윤 교수는 “마약사범들은 경찰을 기가 막히게 알아보는 재주가 있다”며 “이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는 변장하는 방법도 계속해서 개발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해상에서 이뤄지는 위장거래는 더 위험하다. 윤 교수는 “해상에서는 변수에 대응하기가 어렵고 기동성에도 큰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베테랑 마약 수사관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마약범죄조직이 이상한 낌새를 차리면 경찰이더라도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교수는 과거 해상에서 위장거래를 시도하다 부하 여경이 위험에 처하는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일반적인 해상거래는 구매자와 판매책이 서로의 배에서 물건만 주고받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이날 거래현장에서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판매책이 갑자기 구매자로 위장한 여경을 자신들의 배에 태워 달아나기 시작한 것.

잠복해 있던 형사들이 여경을 구하려 급하게 모습을 드러냈지만, 판매책의 배는 이미 멀어진 뒤였다. 판매책에게 붙잡힌 여경은 결국 정체가 발각돼, 자칫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다행히 뒤늦게 따라붙은 수사팀이 여경을 구해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미국 등 마약수사 선진국에서 자주 활용하는 ‘통제배달수사’도 대표적인 기법으로 꼽힌다. 이 수사는 마약이 유통되도록 한 후 이를 추적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가령, 중국에서 국내로 필로폰 1㎏이 밀수입된다는 첩보를 입수해도 수사당국이 이를 압수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약범죄조직의 ‘계획대로’ 마약이 유통책-판매책-구매자에게 전달되도록 한다.

다만 이 과정을 관계 당국이 공조해 함께 추적·감시한다. 이후 구매자에게 최종적으로 배달이 완료되면 추적과정에서 파악된 마약사범을 모두 검거한다. 다른 기법과 비교해 수사력은 적게 투입되고 상선까지 단번에 파악해 붙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약범죄조직은 이 같은 통제배달수사에 걸리지 않기 위해 수시로 ‘유통 계획’을 바꾸는 치밀함을 보인다. 인천공항에 들어오기로 했던 물건을 갑자기 김포공항으로 빼돌리거나, 버스로 옮기려던 것을 퀵 오토바이 배송으로 바꾸는 식이다.

◆검거 현장에서의 ‘천태만상’

마약사범의 검거 현장은 다른 강력사건보다도 특히 위험하다. 마약에 취한 범인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베테랑 형사들도 현장을 급습할 때면 잔뜩 긴장한다. 실제로 검거 현장 대부분은 ‘육탄전’으로 시작해 육탄전으로 끝난다. 황급히 증거를 인멸하려는 용의자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몸싸움은 일상적이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탓에 설득이나 대화도 불가능하고 경찰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반면 마약에 취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마약사범과 맞닥뜨리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눈이 풀린 채 몸이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은 평범하게 보일 정도다. 윤 교수도 검거 현장에서 엽기적인 마약사범들의 모습을 봤다.

16일 서울 종로구 한성대학교 총동문회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 중인 윤흥희 한성대 행정대학원 마약학과 외래교수의 모습. 윤 교수는 30여년 간 경찰에서 마약 수사 등을 맡은 베테랑 형사 출신이다. [사진=임성봉기자]

환청과 환시는 외형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마약 중독자들의 흔한 증상이다. 과거 윤 교수가 붙잡은 한 마약사범은 검거 상황에서도 약에 취해 방 벽에 귀를 대고는 “형사님, 옆방에서 성관계 소리가 들려요”라는 황당한 소리를 했다고 한다. 또 다른 마약사범은 환시 증상으로 “꽃이 여자로 보인다”며 꽃에 입맞춤을 하거나 껴안는 엽기적인 행각을 보이기도 했다.

온몸에 상처를 내는 ‘환촉’도 마약 투약자들의 주요 증상이다. 환촉은 마약 중독자가 자신의 몸에 거미 등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을 받는 것으로, 이 느낌을 없애려고 자신의 몸을 긁어 흉터가 생기기도 한다. 일명 ‘메스 버그(Meth-Bug)’다. 최근 배우 겸 가수 박유천 씨의 다리 종아리 흉터 사진이 공개되면서 환촉에 의한 상처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마약사범 검거 현장은 ‘증거 확보’의 싸움이다. 경찰은 마약과 투약 기구 등의 물증을 확보해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해야 한다. 분명 마약으로 보이는 물질이라도 국과수의 감정 결과 없이는 증거 능력이 없으며, 투약 기구 등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마약사범 대부분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체포 직전까지도 격렬하게 저항한다.

특히 국과수의 마약검사를 피하기 위한 이들의 ‘꼼수’도 기상천외하다. 머리를 염색하거나 온몸을 제모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최근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할리)씨와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가 이 같은 범행수법을 사용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윤 교수는 마약사범이 국과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단언했다.

윤 교수는 “소변이나 머리카락으로 마약검사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수준이고 겨드랑이나 항문에 난 털에서도 마약은 검출된다”며 “현재로서는 어떤 방법을 써도 투약한 마약을 검출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가장 다루기 어려운 마약류는 최근 논란이 된 일명 ‘물뽕(GHB)’이다. 다른 마약과 달리 약물이 신체에서 소변으로 배출되는 시간이 30여 분에 불과하고 중독 증상이 거의 없는 탓이다.

물뽕이 주로 성범죄에 이용되는 이유도 같다. 범행에 물뽕이 사용됐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피해자 역시 약물 피해를 인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다른 마약처럼 별도의 투약 기구가 필요하지 않고 휴대성이 좋다는 점도 범죄에 악용되는 주된 이유다.

윤 교수는 “합성 대마 등 신종 마약도 크게 늘고 국제운송이나 SNS 등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특히 수사 공조체계가 미흡한 한국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독립된 마약 수사기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 등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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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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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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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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