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송현도 기자 = 야생동물을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동물 카페 운영이 오는 14일부터 금지돼 업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폐업시 동물들이 야생동물 보호시설로 보내지는 것에 대해 업주들은 '제대로 관리가 될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동물단체에선 이번 개정안이 동물학대나 인수공통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는 의견이다.
12일 오후 2시쯤 서울의 한 야생동물카페. 라쿤과 미어캣, 강아지, 고양이, 캥거루과 동물 수십 여 마리가 제 각기 돌아다니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카페 입구에는 '절대 동물존 문을 열지 말고 손가락을 넣지 말라', '관리자 지시 없이 들거나 만지지 말라' 등의 안내 문구가 붙어있었다.
취재진이 라쿤을 쳐다보자 한 직원이 작고 동그란 간식을 들고 다가와 "직접 먹이를 주실 수 있다. 다만 다음주부턴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애완용 라쿤 [사진=환경부] 2020.05.31 donglee@newspim.com |
입장한지 40여분 만에 카페 내부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대학생들로 붐볐다. 직원은 "(미어캣들이) 오줌을 싸거나 깨물 수도 있다"며 "애들이 생각보다 많이 약해서 깔고 앉으면 뼈가 부러질 수 있으니 앉을 때 조심해달라"고 안내했다.
오는 14일부터 야생동물 카페를 비롯 '동물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야생동물 전시시설에서 동물을 만지거나 먹이주는 체험이 금지된다.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시행령에 따른 조치다.
기존 업주들은 4년간 유예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이후엔 동물원으로 업종을 변경하거나 일부 야생동물을 전시하지 못하게 됐다. 전시금지 야생동물은 라쿤, 다람쥐 등 모든 포유류와 앵무목·꿩과 등을 제외한 조류, 거북목·뱀목이 아닌 파충류, 전갈목 중 독이 있는 종 등이다.
야생동물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일부 종만 전시금지된 것에 대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강아지, 고양이, 앵무새 카페는 많으니까 봐주고 특수동물카페는 작으니까 규제한단 얘기 아니냐"며 "정말 동물들을 위한 개정이라면 이렇게 차별을 두고 생명의 레벨을 만드는게 맞느냐"고 했다.
A대표는 유예기간이 끝난 뒤 시설 내 동물들을 충남 서천의 야생동물 보호시설로 이동시키는 환경부 방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동물들은 주인이 끝까지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게끔 지원해야지 낯선 보호시설에 가면 스트레스나 개별적인 관리가 잘 되겠냐"며 "그렇다고 동물원으로 업종을 변경하자니 용도를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업종을 중단해야 해서 사실상 힘들다"고 했다.
이날 서울의 또다른 동물카페 사장도 야생동물법 개정안에 난색을 표했다. 미어캣·라쿤 카페를 7년간 운영해온 B씨는 "유예기간이 끝나면 어떻게든 집에서 환경을 만들어주고 끝까지 케어하려고 한다"며 "다른 반려동물이랑 달리 라쿤이나 미어캣은 지정병원이 따로 있고 의료비용도 2배가 더 나가는데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설에서 충분한 보호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단체나 환경부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이해되지만 우리는 연령 제한을 걸고, 적절한 환경 조성으로 동물들이 스트레스 안 받게끔 관리한다"며 "나쁜 사례만 보고 판단하니 저희 같은 입장에선 노력을 해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동물단체에선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변화"라며 추후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야생동물을 만지고 체험하는게 동물 복지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험하다. 단속해서 운영을 못하도록 하는게 맞다"며 "정부에서 과태료를 매기겠다고 했지만 철저한 관리 감독이 없다면 지금과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allpas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