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저희 사장님은 중역회의 때문에 서울 가셨다가 6개월 째 중국에 못들어 오고 있어요. 회의와 같은 업무는 전화와 화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 기술 요원과 같은 신속통로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러다가는 올해 안에 오실 수 있을지나 모르겠어요" (7월 13일 대기업 중국 현지 직원).
"연로하신 서울 노모께 전화할때 마다 식사 잘 하시고 절대 돌아가시면 안된다고 일러드립니다. 한국에 가면 다시 나올 수 없어 중국 사업을 접어야 하기 때문에 무슨 변고가 생겨도 귀국이 쉽지 않다며 무조건 건강하셔야한다고 겁을 주는 거죠" (7월 5일 베이징 소상공인).
지난 3월 28일 중국이 비자 중단으로 사실상 국경을 봉쇄한 이후 외국인에게 베이징은 오도가도 못하는 고립무원과 같은 땅이 됐다. 중국 사업을 하거나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 역시 중국의 국경봉쇄로 준 전시 상황에 버금가는 특수시기, 중국의 구호처럼 '비상시기(非常時期)'를 맞고 있다.
마치 전쟁 중이듯 생이별을 강요당하고 있는 가족. 설 쇠러 귀국했다가 제 때 못오는 바람에 10년 중국 사업을 다 날리게 된 자영업자. 일 보러 잠시 서울에 들렀다가 3개월째 베이징 근무지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금융회사 책임자, 휴가를 얻어 한국에 가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데 하염없이 병만 키우고 있는 주재원.
국경 왕래가 통제되다 보니 교민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생활과 비즈니스에서 큰 고통을 겪고 있고 그 사연들 또한 저마다 가지각색이다. 중국의 코로나19 진정세로 국경 봉쇄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그런 바램으로 5월, 6월이 가고 7월도 벌써 절반이나 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올해 내내 계속될 거라는 비관적인 얘기도 나온다.
중국은 본토 자체 발생 환자가 7일째 0명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세계 확산세 때문에 '비상시기'를 해제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해외 확산세는 요즘 중국에서 가장 비중있는 뉴스다. 13일 아침 중앙 TV 앱을 켜자 세계 코로나19 코너에서 한국 확잔자가 부단히 늘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런 뉴스가 이어지면 국경 봉쇄도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한중간 항공노선 운항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베이징을 예로 들때 칭다오를 경유하는 인천과의 항공편이 주당 1대 에서 2대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평소 주당 운항대수 200대에 비하면 국경 봉쇄 해제를 운운하기에는 아직 거리가 먼 조치다.
더욱이 아직 중국은 3월 28일 밤 기습적으로 취한 외국인 비자 효력 중지 조치(신규 발급 중단 포함)에 대해 어떤 완화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외교 및 중국 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비자를 내주고 있다. 중국이 비자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항공편 한두대 늘어나는 것은 중국에게만 혜택일 뿐 많은 한국인들과 별 상관없는 조치일 수 있다는 얘기다.
5월 개설된 신속통로(그나마 베이징은 제외)도 특정 기업의 요구나 기술 제품 생산이 시급한 중국 자체 필요에 의해 결정됐 듯 비자 정책도 만인의 편의가 아니라 중국 국가 이익 맞춤식으로 운영될 우려가 없지 않다. 주중 한국 대사관이 중국 한국상회와 함께 경제인 대상으로 중국 입국 수요를 파악해서 중국측과 협상할 것이라고 한다. 역시 반가운 소식이다.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코로나19 확산세를 진정시켜나가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고 최선의 방책일 것이다. 지금으로선 초기 우한 사태 때 우리가 중국을 봉쇄하지 않았던 전례 등으로 상호주의 차원의 이해를 구하면서 중국을 설득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교민들과 중국 여행 및 출장 수요가 있는 우리 국민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어느때 보다 슬기롭고 내실있는 협상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