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앱 깔아야하고 은행 앱에서 메뉴 찾기도 힘들어
"실효성 부족한 설익은 정책...전시행정 논란 극복해야"
[서울=뉴스핌] 류태준 기자 = # 22일 서울광장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은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마켓 입구 제로페이 부스에서 홍보 책자와 할인 쿠폰을 나눠주며 많이 이용해달라 했지만, 정작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없는 상점이 수두룩했다. A씨는 결국 핸드폰 케이스를 사려다 포기했다. 제로페이로 구매하려면 별도의 은행 앱을 이용해야 했고, 그마저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로페이 서비스 설명 [ 자료 = 서울시 ] |
[ 사진 = 애플 앱스토어 캡쳐 ] |
제로페이 시범 사업이 지난 20일부터 시작됐다. 제로페이는 서울시가 소상공인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만든 결제수단이다. 매출 8억원 이하 상인은 수수료를 0%로 책정하고, 소비자에게도 내년부터 40%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28일 현재 20곳의 은행이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각각의 앱을 거쳐야 하는 불편이다. 제로페이로 결제하려면 주요 은행의 자체 어플리케이션(앱)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은행 앱의 일부로 기능을 탑재하다보니 메뉴를 찾기 어렵거나 별도의 결제앱을 요구하기도 한다.
KB국민은행을 통해 제로페이를 쓰려면 기존 은행 업무를 보던 '스타뱅킹'이 아닌 '리브' 앱이 필요하다. 우리은행을 통해 이용하려면 공인인증서와 뱅크사인 등으로 로그인을 해야한다. 신한은행 자체 앱 'SOL'로 제로페이 이용이 가능하지만 제로페이 메뉴를 찾기 힘들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참하는 은행에게 리워드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지만, 기관의 시책 느낌이라 따르지 않았겠느냐"며 "고객 입장에서도 순식간에 결제가 되는 카드가 있는데 굳이 긴 과정을 거쳐서 제로페이를 쓸 이유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 "'팔 비틀기' 없고 은행에도 도움될 것"...'전시행정' 논란은 여전
서울시는 은행도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이용자 불편은 TF나 추진단 등을 통해 개선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일각에서 말하는 '팔 비틀기'는 전혀 없고, 은행도 고유 업무뿐 아니라 하나의 간편결제 사업자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시장이 확대되면 은행으로서도 당연히 고객 확보가 되고 계좌가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더 참여할 수 있게 이용을 쉽게 하는 것이 맞긴 하지만, 제로페이를 앱에 어떤 방식으로 추가하는지는 은행의 선택"이라며 "각각의 은행앱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어 대안으로 통합 앱인 '뱅크페이'를 준비해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뱅크페이 어플리케이션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28일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이용 후기에는 불만이 가득하다. 결제 오류 여러 번은 기본이고 특정 은행은 인식조차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일부 이용자는 '평생 쓰지 않을 앱이 하나 추가됐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런 불편을 반영하듯 뱅크페이 앱은 사용자가 주는 별점 다섯개 만점에서 두 개도 채우지 못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팀장도 "핵심은 소비자가 이용을 해야 한다는 부분인데,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명분 외에는 아직까지는 실효가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윤 팀장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들이 자기 성과를 위해 '보여주기식' 정책을 내놓을 때가 있다"며 "제로페이도 취지상 의미는 있지만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실제로 이득이 되는지 치밀하게 논의하고 협의를 거쳤나 종합해서 볼 때 설익은 정책이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 수수료 자체도 내려갈 예정이고, 사람들이 익숙한 방식을 포기할 만큼의 요인은 부족하다"며 "실제 이용이 가능하도록 복합적인 메리트 고민을 해 차별화 시켜야 불편함과 논란을 극복하는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kingj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