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폭등·폭락 위험 둘다 대비"
[뉴스핌= 이홍규 기자] 주식이 하락할 때 변동성이 높아지는 통상적인 움직임과 달리 작년 대선 이후부터 주식과 변동성이 동조하는 기현상이 미국 증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내재 변동성을 측정하는 VIX(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와 S&P500지수간의 30일 상관관계는 2006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VIX의 절대 수준은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개인과 전문(기관) 투자자들이 시장 전망에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민간 투자자들이 증시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는 반면 전문 투자자들은 시장의 '멜트업(melt-up)'과 '멜트다운(meltdown)', 두 가지 위험에 대비해 옵션 상품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멜트업은 시장이 단기간 내 10% 이상 폭등하는 것을 뜻하며 멜트다운은 그 반대를 가리킨다. 투자자들의 옵션 수요가 많아질 경우 옵션 비용을 의미하는 내재변동성은 올라간다.
보통 내재변동성의 상승은 주가 하락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트레이더들이 풋옵션(미리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을 많이 사들일 경우에 나타나지만 이번에는 이들이 폭등 장세에 대해서도 염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처럼 기관 투자자들이 변동성 대비를 위해 분주한 가운데 변동성 수준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S&P500지수 내에서 업종별 변동이 서로 상쇄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WSJ은 자금 유입이 줄고 업종별 상쇄 효과가 줄기 시작하면 변동성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식이 그 어느 때보다 비싸지만, 세계 경제가 그럭저럭 회복하고 있고, 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법인세 감면과 재정 지출을 공언한 상태에서 이 같은 주식 시장의 상태는 폭등과 폭락의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이 평소보다 높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VIX 10년 추이 <자료=CBOE> |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