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동력은 불확실성 아닌 확실성"
"변동성, 컨센서스 형성돼야 나타나"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전 세계 금융시장에 정치를 비롯한 여러 불확실성이 곳곳에 산재해 있음에도 시장 변동성은 잠잠한 흐름이라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시장 전문가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재정 정책안에서부터 유럽에서의 선거 일정과 분열 움직임,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변수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며 30일 변동성을 예측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6일 현재 11.24를 기록했다. 작년말에 비해서는 20% 가까이, 1년 전에 비해서는 34% 넘게 떨어진 상태다.
CBOE VIX지수 1년 추이 <출처=블룸버그> |
VIX와 주식시장은 반대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는데, 통상적으로 VIX가 20 이하일 경우 '과매수 구간'으로 불리며 도취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침착한 시장 상황을 시사한다.
외환시장에서도 1년 역사적 변동성(실현된 변동성)이 작년 초만 하더라도 11.5%를 넘어섰지만 지난 2월 말에는 7.75%까지 내려왔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이 무덤덤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스탠다드뱅크의 스티브 바로우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아닌 확실성이 변동성을 야기하는 요인”이라는 해석을 제시했다.
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나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같은 충격에 금융시장이 출렁이긴 했지만, 30일보다 더 짧은 단기 변동성 흐름을 살펴 보아도 비슷한 추세가 관측된다는 것을 제시했다. 이는 오히려 이벤트에 앞서 형성되던 불확실성이 결과 발표와 함께 확실성으로 바뀌면서 외환이나 기타 자산 시장이 가파른 회복 움직임을 나타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바로우 연구원은 주요 이벤트에 앞선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기간이 내재변동성인 VIX 급등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실제 변동성은 이벤트 자체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현상은 브렉시트나 트럼프 당선 결과와 맞물려 급등세를 보인 S&P500지수 실현변동성에서도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한편, 크리스 딜로우 연구원은 변동성이 낮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안도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변동성이 낮으면 그만큼 시장 참가자들 간에 이견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다시 말해 강세론자와 약세론자들이 적절히 섞여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매도자들은 매수자를 찾기가 쉽고 반대로 매수자들도 매도자를 만나기가 쉬워져 가격은 대체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딜로우 연구원은 “반대로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시장에 컨센서스가 형성됐다는 뜻으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매도로 몰리면 가격이 그만큼 급락하고 매수로 몰릴 경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