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8일 의료법 위반 공개 변론
검찰 "간호사가 즉각적 판단과 대처를 할 수 없다"
아산재단 "고도의 지식·기술 필요하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간호사가 골수 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하는 업무를 할 수 있는지를 두고 검찰과 병원 측이 팽팽하게 붙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제1호 법정에서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 사건의 공개 변론을 연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2022년 3월 이후 약 2년 7개월 만이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는 정재현 해운대부민병원 소화기센터 진료부장, 조병욱 신천연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과장이 나왔다. 재단 측 참고인으로는 윤성수 서울대학교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배성화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최수정 성균관대학교 임상간호대학원 교수가 출석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재단은 서울아산병원 소속 의사들이 종양 전문간호사에게 '골막 천자'를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골막 천자는 골수 검사에 필요한 골수 검체를 채취하는 것으로, 골반뼈 부위를 바늘로 찔러 골수 혈액을 채취하고 더 굵고 긴 바늘로 골수 조직을 채취하는 침습적 검사다.
1심은 재단 측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간호사의 골막 천자가 무면허 의료행위 해당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번 공개 변론에서도 검찰은 골수 채취 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전문간호사라고 하더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라며 "골수검사는 진료 보조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전문간호사의 골수검사 시행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골수검사는 동의서 획득, 국소마취, 골수 흡인 및 생검의 일련의 과정으로 이뤄진 고도의 술기가 필요하다"며 "골수검사가 진료 보조행위로서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골수검사 시행 과정에서 신경 손상, 출혈, 감염 등 합병증 발생 시 간호사가 즉각적 판단과 대처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도 "소아는 성인보다 연부조직의 밀도가 낮고, 섬유화가 덜 되어 있기 때문에 침습적 시술에 의해 손상되기 쉽고, 검사 동중 협조가 잘되지 않아 의도치 못한 손상 발생으로 출혈 등의 합병증 발생의 빈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단 측은 골수 채취 행위가 전문간호사의 교육과정에도 포함돼 있는 등 숙련도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재단 측은 "골수검사는 시술 과정이 단순해 고도의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중대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아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초래될 위험이 거의 없이 시행될 수 있으므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의사가 아닌 전문간호인력이 골수검사를 수행하고 있고, 훈련된 전문간호인력에 의한 검사 성과도 충분히 입증됐다는 것이 재단 측 주장이다.
아울러 윤 교수는 "골수검사 과정에서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는 거의 없다"며 "합병증이 발생해도 의사가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추고 있으면 문제없고, 골수검사를 시행할 정도의 병원이라면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전문간호사인 최 교수도 "골수검사는 종양전문간호사도 충분히 진료 보조행위로서 시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포함된다"며 "이미 미국 등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전문간호사가 골수검사를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종양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교육과정에서 골수검사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추후 선고기일을 지정해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