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인물 국문학자 김태준, 훈민정음 해례본 추적기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소설가 주수자가 10년 여에 걸쳐 집필한 신작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달아실)가 출간됐다. 일제로부터 해례본을 지켜낸 국문학자 김태준의 흥미진진한 추적기를 바탕으로 한글을 주인공으로 한 가상의 미니 픽션이 어우러진 장편소설이다. 소설 속 국문학자 김태준은 실존인물이다. 암흑으로 뒤덮인 처형장에 선 김태준은 해례본을 찾아 나선 여정을 떠올린다. 1940년, 그의 제자인 이용준의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고서가 해례본임을 직감한 그는 안동으로 내려가 보물의 정체를 확인한다. 이후 간송 전형필의 도움을 받아 해례본을 되찾고 난 뒤 사회주의 단체 활동 죄목으로 처형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장편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 표지. [사진 = 달아실 제공] 2024.10.08 oks34@newspim.com |
실제로 김태준은 해례본 발굴을 비롯해 한국 고전문학사의 기념비적 저작인 '조선한문학사', '조선소설사', '조선가요집성'을 집필해 한국 문학을 연구해 국문학 발전에 기여했다. 또 박지원의 '양반전', '허생전', '호질'이나 김만중의 '구운몽'을 비롯해 '심청전', '흥부전', '장화홍련전' 등 소설을 발굴해 현대에 전한 업적도 쌓았다.
주인공이 언어로 전환되어 전개되는 구성도 눈에 띈다. 훈민정음의 발화 외에도 시신(屍身)의 목을 잘라 그 구조를 들여다보고 자음을 만들었던 집현전 학자들과 목이 잘린 광대 이팔삼의 혼잣말,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에 휩싸인 '암클'이라 천대받던 언문과 언문 투서 사건, 조선 최초의 성경을 언문으로 번역한 파란 눈의 선교사와 그를 따라 언문 번역에 힘썼던 한 여인의 이야기 등이 곳곳에 배치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을 집필한 소설가 주수자는 서울대 미대 졸업 후 프랑스와 스위스, 미국에서 살다가 귀국해 2001년 등단했다. 소설집 '버펄로 폭설', 시집 '나비의 등에 업혀' 등을 펴냈다. 책을 펴낸 도서출판 달아실 관계자는 "훈민정음과 훈민정음 해례본의 역사성과 가치를 새롭게 부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무엇보다 잠들어 있던 국문학자 김태준을 세상 밖으로 밀어 올린 유일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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