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우수 인재 영입·철저한 성과주의로 고속성장
KB증권, 업계 5위 현대증권 인수로 단숨에 '빅3' 증권사로
단기간 내 성과 도출·우리금융지주의 지지 지속 여부 '관건'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우리투자증권이 공식 출범한다. 우리투자증권은 10년 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입을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급속 성장한 '메리츠증권' 전략과 굵직한 증권사의 M&A로 자리를 잡은 'KB증권' 전략 중 어떤 방향으로 갈지 주목하고 있다. 만약 실패할 경우 우리금융지주 내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이 1일 공식 출범한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2014년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을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지 약 10년 만의 '부활'이다. 지난주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으며, 자기자본 1조1500억원 규모의 업계 18위권 중소형 증권사로 출발한다. 인력 규모는 우리종금(추가 영입 60여명 포함) 300명, 포스증권 100명 등 약 400명이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사진=우리금융지주] 2024.07.24 hkj77@hanmail.net |
지금까지 최대 관심은 우리투자증권의 '인재 영입'이었다. 공격적인 인재 영입을 통해 고속성장을 이뤄낸 메리츠증권 모델이 거론된다. 메리츠증권은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과 합병 이후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철저한 성과보상 체제를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업계 내 연봉이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한 대형 증권사에서 실적 상위 PB들이 한 번에 메리츠증권으로 이직한 일도 있었다"며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보통 20% 지급한다면 메리츠증권에서 40~50%를 보장하는 등 유인 효과가 상당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대해 '양날의 검'이란 지적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로 상당히 공격적인 인재 영입을 했지만 이후 크고 작은 잡음들이 있었다.
우리투자증권도 옛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출신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영입된 인재들이 상당한 대접을 받고 이동했다는 소문도 상당하다. 벌써부터 불협 화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포스증권 출신과 영입된 직원 간의 역차별 문제로 포스증권 직원들이 짐을 쌓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우증권 출신의 한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으로 이동하면 단기간은 기존처럼 실적이 내기 어렵고, 이는 성과급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의미"라면서 "연봉 인상과 함께 기존 수준의 성과급을 보장받고 이동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말했다.
영입 인재 가운데 벌써 이탈했거나 이탈을 고민중인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이라고 부르지만 현 시스템은 한국포스증권"이라며 "대형 증권사에서 갖춰진 인프라와 브랜드 파워 등을 바탕으로 영업을 하다 열악한 환경과 마주한 뒤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업계 워낙 이직이 많다. 연봉 뿐만 아니라 자신의 커리어 관리도 중요하다"면서 "커리어의 흠집을 피하기 위해 빠른 판단 후 결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 예로 IPO 담당 IB 인력이 왔을 경우 최소 2년에서 그 이상의 기간동안 '실적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우수한 IPO 인재가 우리투자증권에 오기 쉽지 않은 배경이다. 보통 IPO 주관사 계약 체결 이후 상장까지 평균 2년이 소요된다. 다른 증권사들은 이미 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사업들이 있을텐데 우리투자증권은 첫 단계부터 밟아 나가야 한다. 이에 더해 상장은 개별 기업 입장에서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과 달리 단 한 번만 하는 중요한 일이어서 이를 맡길 증권사의 과거 트랙레코드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브랜드적인 부분에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IPO 명가들이 있는데 신생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과 상장 업무를 맡기겠다는 결단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지주사가 있다고 해도 모회사인 지주와 증권사는 별개의 회사다. 현장에서 영업을 하는데 있어서는 벽이 높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다만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포스증권 직원 및 영입 인재의 이탈 관련 "본격적으로 인재 영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4.07.24 hkj77@hanmail.net |
중급 이상의 증권사 인수를 통한 몸집 불리기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는 'KB증권 모델'이다. KB금융은 2008년 인력 70여명의 소형 증권사였던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으로 공식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후 상당히 오랜 기간 고전했다. 순위도 국내 20위권에 불과했다. 2016년 자기자본 3조원대, 업계 5위인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도약할 수 있었다. 2017년 통합 출범한 KB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 규모의 '빅 3' 증권사로 올라섰다.
문제는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 중 현대증권 정도 규모의 증권사가 없다는 점이다. 한양학원이 매각을 추진 중인 한양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4964억원으로 국내 30위권의 소형 증권사다. 채권과 기업금융에 강점이지만 리테일 경쟁력이 낮다. 우리투자증권이 한양증권 인수설에 선은 그은 이유도 그와 같은 판단 때문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소 SK증권 정도의 규모는 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SK증권은 자기자본 6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매각 이야기는 없다.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관련 잠재매물로 거론되는 수준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종합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체 수익의 25~30%를 차지하는 리테일이 핵심"이라면서도 "SK증권도 리테일이 강한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우리투자증권의 성공적인 안착 관련 시선도 엇갈린다. 금융지주를 등에 업고 단기간 내에 고속성장을 이뤄낼 것이란 시선과 전폭적 지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상만큼 실적이 안난다면 최악의 경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과의 경쟁 속에서 신생 증권사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일정 기간 지나 성과가 안 나온다면 지주의 관심이 감소하거나 지원이 미루지기도 하다보면 성장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금융지주의 찬밥 신세 또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분간 증권업계 내에 최대 관심 증권사일 것이라는 부분에서는 이견이 없다. 대우증권 출신 업계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올해 하반기 부동산 파이낸싱프로젝트(PF) 리스크 영향 등으로 방어적인 모습을 보일텐데 이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새로운 청사진 발표 등 긍정적인 소식이 많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