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의 그늘...윤리경영과 지속가능성이 핵심 과제로
단기 성과보다 장기 가치에 주목해야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벤처·스타트업 신화의 상징인 카카오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또 다른 성공 신화를 꿈꾸던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급격한 성장과 확장을 추구해온 한국 기업들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카카오의 성장 전략은 그동안 많은 벤처·스타트업들의 롤모델이 되어왔다. '100인의 최고경영자' 육성을 표방하며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기업공개를 통해 빠르게 성장한 카카오의 모습은 많은 창업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이러한 성장 방식의 부작용과 한계가 드러났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의 위험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메신저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 모빌리티,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 생태계와의 마찰,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이는 무분별한 확장보다는 핵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기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카카오는 그동안 기술 탈취 의혹, 독점적 지위 남용 등 여러 논란에 휘말렸다. 이러한 사례들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태로 지배구조와 내부 통제 시스템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카카오의 급격한 확장 과정에서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지배구조 구축과 효과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카카오의 성장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성공적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 사례는 스타트업들에게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벤처·스타트업 육성 정책의 방향성 재검토도 필요해보인다. 그동안의 정책이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윤리경영, 지속가능성,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투자 생태계의 변화도 필요해보인다. 단기적인 수익이나 외형적 성장에 치중하기보다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교육 시스템의 변화도 요구된다. 창업 교육에 있어 기술과 경영 지식뿐만 아니라 기업윤리,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실패를 용인하고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인식 변화도 필요해보인다.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것만이 성공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작지만 강한 기업, 사회에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성공 모델이 인정받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카카오 사태는 분명 한국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빠른 성장만을 쫓기보다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중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된다면, 이번 위기는 오히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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