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쓰촨성)=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4년 6월 26일 기자는 쓰촨성(四川) 청두 수정가에 있는 수정방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수정방은 600년된 발효 흙구덩이가 발견된 청두 시설을 양조 공장과 함께 박물관으로 개조해 외부인들에게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중국말로 자오(窖, 지하 움)라고 하는 수정방의 이 흙구덩이 발효터는 수정방이 쓰촨성 농향형 명주로서 이름을 떨치는 데도 크게 한몫했습니다.
수정방은 중국 현지 소매점서 우리돈 10만원~12만원(주력 제품 기준)에 구입할수 있어 중국 출장이나 여행시 직장및 친지들에 대한 선물로 인기가 높습니다. 똑같은 제품을 한국 소매점서 구입하려면 관세와 주세, 교육세 등이 붙어 중국 소매점 가격의 두배 정도를 줘야합니다.
기자는 6월 말 쓰촨성 출장길에 면세점과 마트 수퍼의 주류 코너와, 주류 판매 전문점을 돌아봤는데 대부분 가게들이 백주를 15% 정도 할인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이 내수 소비 경제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장기 호황을 누려왔던 중국 백주업계도 판매 부진, 가격 인하 압력 등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의 제재나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도 끄떡 없던 백주 업종이 뒤늦게 불황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2023년 하반기 중국 현지 소매점에서 3300위안(66만원) 하던 구이저우마오타이(贵州茅台, 귀주모태, 마오타이) 표준품(53도 비천)가격은 2800위안에서 2900위안대 까지 하락했습니다.
한국인들이 중국 여행및 출장 선물로 애용하는 쓰촨성의 농향형 백주 수정방도 슈퍼나 마트, 면세점 등 소매점 기준 판매 가격이 15% 정도 내렸습니다.
판매가 줄고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영업 수지에 빨간 불이 들어왔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증시 20개 백주업종 종목 주가가 추풍 낙엽입니다.
수정방 주가는 2021년 한때 150위안을 돌파했었지만 2024년 7월 중순 현재 37위안대로 곤두박질했습니다.
중국증시의 황제주로 불렸던 귀주모태, 즉 구이저우마오타이(마오타이)도 예외가 아닙니다. 마오타이 주식은 2021년 한때 2400위안대에 육박했다가 지금은 1400위안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마오타이 총시가는 한때 중국 증시 3800여개 종목가운데 1위를 기록했고 코카콜라 시가총액을 뛰어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중국내 증시에서도 공상은행에 총 싯가 1위 자리를 내준 상황입니다.
마오타이나 수정방, 우량예(오량액)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백주시장의 업황 악화는 경제 사회 변화와 정부 정책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서남부 쓰촨성 청두 시내 수정가에 위치한 수정방 백주 박물관겸 양조공장의 발효 저장고. 사진=뉴스핌 촬영(2024. 6. 26). 2024.07.16 chk@newspim.com |
백주 시장 침체는 크게 봐서 중국 내수 경제 전반에 걸친 수요 부족의 한 단면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소비침체가 장기화면서 그동안 공급 및 가격 등에서 시장 주도권을 행사해왔던 백주 기업들의 힘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백주가격 하락에 대해 호황때 사재기에 가담했던 일부 유통업체이 자금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물량을 내놓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 3년동안 징둥 타오바오 핀둬둬 같은 비대면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유통 파워가 맹위를 떨치면서 백주 가격에 얹힌 거품이 꺼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돗수 50도 전후의 백주보다는 맥주와 와인, 과일주 등 저도주를 선호하는 시장 수요의 변화도 백주 영업을 위축시키는 한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이밖에 백주 산업은 반부패 등 정부 정책에 민감한 편인데 3연임에 들어선 시진핑 정권이 반부패 기치를 높이자 백주 시장이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가을 당대회(공산당 18기)에서 막 집권했을 때에도 공무원 접대와 뇌물 등 반부패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백주 산업을 10년 동면에 몰아넣은 적이 있습니다.
증시 일각에서는 국가 시스템과 성장 매커니즘을 첨단 과기 고효율로 혁신하기 위해 시진핑 지도부가 표방한 '신질생산(신품질 생산)'이라는 화두를 주목해야한다며 이런 정책이 가속화하면 음료 종목이 시총 1, 2위를 하는 상황이 재편될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쓰촨성 청두 시내 수정가에 위치한 수정방 백주 박물관겸 양조공장에 수정방이라고 적힌 전통 깃발이 걸려있다. 사진= 뉴스핌 촬영. 2024.07.16 chk@newspim.com |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