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공장 유치 위한 각국 러브콜 쇄도
일자리 창출 효과에 국가 홍보 효과까지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 한 국가 정상만큼이나 최근 외교로 바쁜 기업인이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다. 각국 정상들이 테슬라 전기차 공장 유치와 국가 우주 산업 육성을 위해 너도나도 머스크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형국이다.
머스크 CEO는 올해 들어 7명의 국가 정상과 마주했다. 18일(현지시간) 하루에만 두 명의 국가 정상과 대면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 테슬라 공장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났다. 네타냐후는 엑스 플랫폼 내 반유대주의 콘텐츠 허용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머스크의 인공지능(AI) 산업 분야 리더십을 치켜세웠다. 두 사람의 만남은 엑스(X, 옛 트위터)로 생중계됐다.
이날 앞서 머스크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도 만났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뉴욕시 유엔본부 인근의 튀르키예 총영사관 등이 있는 고층 건물 '투르케비 센터'에서 머스크와 만나 튀르키예의 기술 혁신, '디지털 튀르키예' 비전 및 국가 인공지능(AI) 전략 등에 관해 얘기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회동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머스크 품에는 그의 아들 X Æ A-12(엑스 애쉬 에이-트웰브)가 안겨있다. [사진=에르도안 대통령실 제공] |
◆ 테슬라 공장 유치 위한 각국 러브콜 쇄도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국산 전기차 브랜드 '토그'(TOGG)의 출시로 사실상 테슬라도 자국 시장에 진출한 격이라면서 튀르키예에 테슬라 공장을 지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에르도안은 자국 우주 프로그램과 스페이스X가 협력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튀르키예는 지난 2021년 1월 '튀르크사트-5A' 위성을 스페이스X 로켓에 실어 발사한 바 있는데 정부는 추가 위성 발사와 달 탐사를 추진 중이다.
에르도안 정부가 2년 전에 발표한 향후 10년 우주 프로그램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 항공우주 산업과 손잡고 올해 안에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어 스페이스X와 협력은 필수다. 오는 2028년에는 오로지 자체 기술만으로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이달 27일부터 내달 1일까지 튀르키예 이즈미르에서 열리는 항공우주 및 기술 축제인 '테크노페스트'에 머스크를 초청했다.
지난 6월 20일에는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다. 당시 인도 총리와 회담 후 머스크는 "가능한 한 빨리 인도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머스크가 인도 정부와 테슬라 공장 현지 신설을 논의 중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모디 정부에 있어 기가팩토리 유치는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 추진의 큰 성과가 될 전망이어서다. 테슬라가 2030년까지 전기차 연 2000만대 생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가팩토리 10~12개를 더 지을 계획이란 소식에 각국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앞서 같은 달 유럽 방문 때에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만났다. 두 사람은 AI의 혁신과 위험, 유럽서 규제 등을 논의했으며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 회동에서는 "자동차와 항공 우주 환경" 등에 관해 얘기했다. 기가팩토리 유치에 관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에 만난 바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올해 5월과 6월 두 번이나 만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줄곧 테슬라에 자동차·배터리 공장 투자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블룸버그] |
◆ 일자리 창출 효과에 국가 홍보 효과까지
머스크는 지난 4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도 만났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한국의 제조 로봇과 고급 인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기가팩토리 운영에 최고의 효율성을 갖춘 국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화상으로 마주했다. 당시 테슬라 투자와 스페이스X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도입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비즈니스 외교'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입장에서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는 경제 및 일자리 창출 효과뿐만 아니라 큰 국가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아라비아도 테슬라 공장 유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테슬라 측과 관련 논의 중이라고 이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측은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광물 코발트 공급을 보장하겠다고 공장 유치를 설득 중이다.
원유 생산에서 벗어나 산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사우디 입장에서 테슬라 공장 유치는 '오일머니'(oil money·석유자본) 국가란 이미지 탈피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머스크 입장에서도 최선의 기가팩토리 투자 국가를 모색해야 하고, 스타링크 사업 확장과 AI 신사업 관련 규제 논의를 위해서도 각국 정상과 마주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