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남성 내연녀 협박해 7000만원 갈취한 혐의
"임의제출된 휴대전화 속 메시지, 위법수집증거"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내연 관계에 있던 여성사업가가 교제하던 남성의 내연녀에게 불륜을 폭로하겠다며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28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로고[사진=뉴스핌DB] 2021.04.01 obliviate12@newspim.com |
홍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증거인 권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이를 토대로 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김학의 사건' 첩보를 보고받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던 곽상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현 의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권씨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고 권씨의 공갈 관련 문자메시지를 발견해 기소했다.
이에 대해 홍 부장판사는 "권씨는 해당 직권남용 사건의 피해자로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한 것"이라며 "이 사건은 곽 의원과 관련이 없고 특히 휴대전화에 담긴 정보는 내밀한 사생활에 관한 것이므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권씨와 내연 관계에 있던 최모씨의 공동공갈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최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3000만원을 명령했다.
홍 부장판사는 "최씨가 경찰에게 사건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권씨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점이 인정되고 수사의 불가매수성을 훼손시킨 중대한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권씨는 지난 2012년부터 이듬해까지 최씨와 공모해 최씨의 전 내연녀 A씨를 상대로 '남편에게 불륜관계를 폭로하겠다'며 겁을 줘 7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A씨로부터 3000만원을 더 받아내기 위해 A씨를 협박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최씨는 2012년 경 권씨로부터 '윤중천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어 수사 중인데 엄벌을 받아야 피해를 변제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권씨에게 "윤씨가 엄벌 받도록 해 주겠다"며 경찰 로비 명목으로 총 3000만원을 받아 처제 명의 계좌에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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