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상습 투약 1심서 징역 2년…검찰, 징역 3년 구형
"교통사고 피해자 사망으로 유사사건보다 중한 형 선고"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약물에 취해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된 20대 운전자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실형을 추가로 선고받는 것은 과도하다며 항소심에서 선처를 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성복 부장판사)는 5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모(29) 씨의 항소심 1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 강남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신모씨. [뉴스핌DB] |
재판부는 신씨 측과 검찰 모두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양형부당을 이유로만 항소해 추가로 진행할 절차가 없다며 이날 변론을 종결했다.
검찰은 "원심 구형대로 형을 선고해달라"며 1심과 같이 신씨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1231여만원을 구형했다.
신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교통사고 사망 사건으로) 징역 10년이 이미 확정됐는데 피해자 유족과 합의했다는 이유는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나 합의와 동일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양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 위험운전치사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이렇게 중형이 선고된 사례는 없다"며 "피고인이 마약을 투약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고 언론에 보도돼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건이다 보니 징역 10년이 선고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변호인은 또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 때문에 관련 사건과 이 사건 모두 유사사건보다 훨씬 중한 형을 선고받아 부득이 항소했다"며 "피고인은 현재 29세로 10년이 지나면 마흔이 다 돼 만기 출소할 수 있는 상황인데 이번에 한 번 집행유예로 선처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신씨는 최후진술에서 "1심에서 제가 선고받은 형이 다른 사건보다 무겁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억울했지만 지금은 잘못을 깨닫고 있다"며 "교정시설에서 마약재활 중독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이고 출소 후 치료받아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3일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겠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2022년 6월 16일부터 이듬해 8월 2일까지 14개 의원에서 총 57회에 걸쳐 소위 '병원 쇼핑'의 방법으로 프로포폴과 디아제팜, 미다졸람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상습 투약하고 그 과정에서 타인 명의를 도용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신씨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231여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면서 "유사 사례보다 양형이 세다고 볼 수 있지만 투약 후 반복적으로 운전한 정황과 실제로 사람을 사망케 하는 사고가 발생한 점을 불리한 양형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신씨의 수면마취제 상습 투약 범행은 그가 지난해 8월 2일 의사 염모 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뒤 교통사고 사망 사고를 내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신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했고 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신씨에게 도주의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하며 형량을 대폭 줄였다.
이에 검찰과 신씨 측이 모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달 신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