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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속살] 기재부, 때늦은 재정준칙에 기준마저 '고무줄'…실효성 의문

기사입력 : 2020년09월10일 14:30

최종수정 : 2020년09월13일 21:50

내년 국가채무비율 46.7%…전문가 "이미 위험수준"
'2022년 적용 가능' 지적도…기재부 "정해진 것 없어"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정부가 59년만에 편성하는 7조원대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을 전액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하기로 하면서 재정수지 적자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가 이달 중 국가채무를 일정 수준으로 준수하도록 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할 예정이지만 국가재정 악화를 막을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지금의 인구감소와 성장률 하락 추세가 유지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1년 46.7%에서 2060년에는 최대 81.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출 증가속도에 맞춰 수입을 확대하는 정책을 실시하더라도 이 비율은 65.4%까지 증가한다.

◆ 정부, 이달 중 재정준칙 발표…'유연성' 허용해 강제력 의문

저출산·저성장 기조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는 부랴부랴 재정준칙 마련에 나섰다. 재정당국인 기재부는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 결과를 토대로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이달 중 내놓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당정추진본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있다. [사진=기획재정부] 2020.08.20 204mkh@newspim.com

한국은 OECD 36개국 중 터키를 제외하면 재정준칙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그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으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지만 권고사항에 불과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재정준칙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컸지만 국가채무비율 50%를 앞두고서야 재정준칙을 도입하게 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OECD 국가의 재정준칙보다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차례 '유연성 있는 준칙'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열린 '2021년 예산안 관련 상세브리핑'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준칙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서는 OECD 국가들처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혹은 재정수지 적자비율의 상한선을 제시하되 성장률이 떨어질 경우 확장재정을 펼 수 있게 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우세하다. 헌법에 신규채무가 GDP 대비 0.35% 이내여야 한다고 못박은 독일이나 GDP 대비 1% 재정흑자 규정을 법률에 명시한 스웨덴과 비교하면 강제성이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재정준칙에 '유연성'을 허용하면 허울뿐인 준칙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유연성을 허용하자는 것은 돈을 더 쓰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며 "재정준칙은 본래 정부도 지키지 않을 유인이 있고 국민도 벗어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 엄격하게 집행돼야 그나마 지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 2022년 예산안부터 적용 '만시지탄'…전문가들 "이미 위험수위 넘어"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돼 법제화되더라도 실제 적용 시점은 이번 정부 임기 종료 후여서 당장 치솟고 있는 부채를 줄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중 정부가 개정안을 발표하더라도 이후 40일 간의 입법예고와 법제처 체계 심사를 거쳐 국무회의 의결까지 통과해야 국회로 법안이 넘어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 논의를 거쳐 실제로 실시하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빨라야 2022년 예산부터 재정준칙이 적용된다는 예측도 나온다.

최근 국가부도 위험을 겪은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법안을 제출하는데까지 필요한 절차들이 있지만 그기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줄어들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 발표 시점에 도입 시점까지 명확히 해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의 채무비율이 이미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월 "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증가할 경우 중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피치의 예상보다 2년을 앞당겨 내년에 46%를 넘어설 전망이다.

경제위기 직후 국가신용등급이 무더기로 하향조정되는 사례는 빈번하다. 지난 2012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국가채무가 국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5개국,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는 9개국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이고 있는 현 상황도 예외일 수는 없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D2 기준 부채비율은 이미 50%를 초과해 위험수위를 넘었다"며 "당장 재정준칙을 도입하기 어렵다면 규제 완화로 성장을 촉진해 부채를 짊어질 능력을 키우고 예산지출도 경상성장률에 준하는 수준에서만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onjunge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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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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