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군과 시험약 투여군 뒤섞여 '임상 3-1상 실패'
독립적 진행한 3-1B상에선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
[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헬릭스미스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미국 임상 3상으로 울고 웃었다. 임상 시험에서 약물이 뒤섞이면서 3-1상에 실패했지만, 독립적으로 진행한 3-1B상에서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한 것이다.
임상 3-1B상 결과에 따라 회사는 판매허가 신청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
[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상 3상 결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2019.09.26 allzero@newspim.com |
◆ 사상 초유의 '약물 혼용'… "어이없는 사태 발생했지만, 미완의 성공"
VM202는 다리나 팔의 근육에 주사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유전자 치료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병 환자가 오랜 기간 고혈당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신경병증으로, 양쪽 발 혹은 양쪽 손이 저리거나 시리고 따가운 느낌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VM202는 당뇨병증 신경병증에 혈관을 새로 만들거나 손상된 신경을 재생하고, 통증과 근육 위축 증상을 개선하는 기전으로 이를 치료하는 신약후보 물질이다.
지난 달 23일 헬릭스미스는 미국 내 25개 병원, 4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3-1상 실패 사실을 알렸다. 위약(가짜약)과 시험약이 뒤섞이는 약물 혼용이 발생하면서 VM202의 효능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헬릭스미스에 따르면 위약군 환자 36명의 혈액에서 VM202가 검출됐고, VM202를 투여받은 환자 32명은 약물 농도가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3-1상이 실패했음에도 회사는 '미완의 완성'이라고 표현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혼용이라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약물 혼용만 없었다면 임상 3상은 큰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VM202이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이유에서다. 임상 3-1상 대상자 전원에 걸쳐 VM202는 이상반응 빈도가 매우 낮았고, 약물과 관련한 중대한 이상반응(SAE)이 나타나지 않았다.
혼용 환자를 제외하면 임상 3-1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헬릭스미스에 따르면, 3-1상에서 혼용이 의심되는 환자를 제외한 438명 중에 14명은 6개월 후 완치됐다. 회사는 다른 진통제보다 완치 비율 환자가 높다는 데 의미를 뒀다.
문제가 됐던 약물 혼용은 회사의 잘못이 아니라, 임상이 진행된 25개 병원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선영 대표는 "임상이 이뤄지는 사이트에서 약물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사나 간호사가 약을 주사한 후 수치를 기록하는데 주사하거나 기록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
◆ 2주 만에 임상 3-1B상 성공 발표… "감동적인 데이터"
이후 보름만인 8일 헬릭스미스는 VM202이 임상 3-1B상에서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3-1B상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별도로 임상시험 계획서 승인 과정을 거쳐 독립적으로 진행됐다. 해당 임상에서는 임상 3-1상에 참여한 25개 병원 중 12개 병원의 당뇨병증 신경병성 환자 101명이 참여했다.
임상 결과 위약을 복용한 환자와 VM202을 복용한 환자 간 이상반응(AE)이 발생한 빈도와 정도에 차이가 없었다. 약물과 관련한 중대이상 반응(SAE)도 나타나지 않았다.
전체 환자의 통증 감소효과를 6, 9, 12개월로 나눠 확인한 결과 VM202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통증감소 효과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 통증약으로 처방됐던 뉴론틴(성분명 가바펜틴)과 리리카(성분명 프라가발린)를 복용하지 않고 VM202를 투여한 환자군 53명에서는 통증 감소 효과가 더 컸다.
김선영 대표는 "이번 임상 3-1B상에서 과학자로서 감동적인 데이터가 나왔다"며 "재생의약으로서 잠재력도 높다"고 했다.
◆ 앞으로 남은 과정은… '2021년 내 신약허가신청 완료' 목표
김 대표는 "현재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판 허가 시점을 오히려 6개월 정도 앞당길 예정도 있다"고 했다.
헬릭스미스는 3-1B상에 이어 VM202의 임상 3-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환자 150~200명을 대상으로 2~3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연말 FDA와 신약허가를 위한 미팅을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2021년 하반기까지 신약허가신청(BLA)을 완료할 예정이다.
임상 시험의 1차 지표를 270일에서 180일로 줄여 VM202의 통증감소 효과를 명백하게 확인할 계획이다. 또, 뉴론틴과 리리카를 복용하는 환자를 제외해 통증감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외에는 루게릭병(ALS), 샤르코-마리-투스병(CMT)을 적응증으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ALS는 2021년 내, CMT는 2022년 초에 판매허가승인(BLA)을 완료할 예정이다.
allzer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