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동맥 고혈압 환자, 인공호흡기 튜브 빠져 사망
1심 “의료진 과실과 환자 사망 간 인과관계 없어”
2심·대법 “진정제 투약 과실…인과관계 인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처방에 따른 진정제를 투약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한 경우 의료진 과실과 환자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돼 병원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호흡성 심정지로 사망한 A양(당시 11세)의 부모가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들에게 각 6700여 만원~6800여 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로 통원치료를 받던 A양은 지난 2011년 4월 호흡곤란으로 B병원 응급실에 이송된 후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다. 당시 병원 의료진은 A양의 입 주위에 테이프로 기관 튜브를 고정해 두었는데 튜브가 이탈해 심정지 상태가 일어났고, 결국 같은해 6월 사망했다.
이에 A양의 부모는 B병원 의료진이 환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의료과실이 있다며 사용자인 B병원이 각 7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2019.01.22 leehs@newspim.com |
1심은 “피고 병원 의료진들은 환자의 기관튜브가 이탈된 후 즉시 상태를 살폈고 이 과정에서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환자의 인공호흡기 기관튜브 이탈이 환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1심과 달리 “의료진 과실이 인정되고 과실과 환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은 “간호사가 의사 처방에 따라 진정제를 투약하지 않은 과실로 환자의 적절한 진정상태가 유지되지 않았고, 그에 따라 기관 내 튜브가 움직여 호흡성 심정지가 발생했다”며 “피고는 사용자의 지위에서 의료진의 불법행위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고들은 2심에 이르러 ‘피고는 각 1억80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손해배상 청구액을 확장했고, 2심은 환자의 기존 병력을 참작해 손해배상액을 30% 범위로 제한했다.
대법 또한 “원심과 같은 판단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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