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사채 금리, 은행 대출금리보다 1%p이상 낮아
"대기업은 예금, 가계와 중소기업은 대출" 하나금융투자 보고서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대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기업의 은행 대출이 줄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대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일 '은행 돈을 쓰지 않는 대기업들' 리포트를 통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은행 예금·대출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하나금융투자] |
김 연구원은 "가계가 저축의 원천이 되고 기업은 대출을 사용하는 것이 교과서적인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가계와 대기업이 예금을 하고, 가계와 중소기업이 대출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2월 회사채 순발행액은 4조9837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8년 전체 순발행액 5조200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김상만 연구원은 세부적으로 볼 때 회사채 순발행 증가의 대부분은 AA등급 이상에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A등급 이하의 하위등급 기업들의 발행도 소폭 증가했으나, 전체 파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신용등급 A+기업 기준으로 볼 때, 2018년 3.2%에 달하던 회사채 금리는 올해 1월 2.5% 수준까지 낮아졌다. 반면 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높아지면서, 은행 대출금리와 회사채 금리의 차이는 1%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대기업 입장에서 은행 대출을 쓸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자료=하나금융투자] |
대기업들의 은행 예금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삼성, 현대차, SK 등의 10대 그룹 상장사의 연결기준 현금 보유액은 약 250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하위등급 기업들의 경우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 은행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상만 연구원은 "A등급 이하의 회사채 발행이 작년보다 늘긴 했으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A등급 이하 회사채 순발행액은 지난해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올해 1~2월 증가세로 전환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반면, 대기업의 대출규모는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