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ITC 휴젤 손 들어주자 "끝까지 다투겠다"
대웅제약과 민사 항소심도 진행 중…12월 2차 변론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메디톡스와 휴젤의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이 휴젤의 승리로 종결됐지만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조 업계의 소송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메디톡스가 ITC 판결에 불복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 민사소송 등 향후 또 다른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남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국내 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드는 가운데 균주 출처를 둘러싼 소송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경쟁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메디톡스가 휴젤을 상대로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의 미국 내 수입에 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에서 휴젤에 대해 "위반 사실이 없다"고 최종 심결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22년 휴젤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했다며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휴젤의 불법 행위를 조사해 미국 수출을 막아달라는 취지였다.
소송 과정에서 메디톡스는 보툴리늄 균주와 영업비밀 유용 주장을 철회했고 인력 유출 등의 쟁점만 다뤄졌다. ITC는 예비판결에서 휴젤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최종심결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ITC의 결정에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대응 방안을 검토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끝까지 다퉈 보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법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남겨둔 것이다.
메디톡스가 미국 연방순회 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여지도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도 같은 이유로 ITC 소송을 벌였고, 대웅제약이 패소했으나 항소를 제기한 바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국내 민사소송도 아직 진행 중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5-3부는 지난달 26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12월 19일 두 번째 변론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1심에서는 메디톡스가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가 사실상 동일하다고 판단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대웅제약에 균주 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활용해 만든 완제품 '나보타'의 제조·판매금지를 명령했다. 또한 메디톡스에 400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대웅제약은 이에 반발해 항소를 제기하고 1심 판결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항소심 판결 시점까지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1심 판결은 메디톡스가 소송을 제기한 지 6년 만에 나왔고 항소심은 1년이 지나서야 재개됐다. 소송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양사의 리스크도 길어지고 있다.
그 사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2030년 211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복합 성장률(CAGR)은 9.8%로 예상된다.
ITC 소송에서 승소한 휴젤은 지난 3월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7월 초도 물량을 선적했으며 지난달 추가 선적이 이뤄졌다.
이미 미국 시장에 진입한 대웅제약은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와 '나보타(미국명 주보)' 입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메디톡스 또한 연내 비동물성 액상형 톡신 'MT10109L'의 FDA 승인을 받겠다는 목표다.
휴온스바이오파마와 제테마, 파마리서치, 종근당바이오 등 보툴리눔 톡신 후발주자들의 시장 진입 준비도 한창이다.
이처럼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주력하는 가운데 소송이 지속될 경우 사법 리스크가 심화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국회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의혹을 종결하고자 보툴리눔 톡신 등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 유전자 정보를 방역당국에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분쟁이 진행 중인 만큼 확정 판결 이후 법안을 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 등으로 인해 제동에 걸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각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소송비용도 커져 기업가치와 실적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글로벌 시장 입지 확대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