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부터 새벽까지 6시간 동안 현금 훔쳐…모친 범행 끌어들여
"누군지 모른 척 하면 나도 아무 말 안해" 메모 남기기도
범인 단독 범행 주장…모친·현금 옮긴 피해자 지인 불구속 입건
압수 금액과 신고 금액 28억 차이나…피해금 출처·규모 수사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보안 서비스 업체 창고에 맡겨진 수십억 대의 현금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붙잡힌 직원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오전 야간주거침입절도, 업무방해, 재물손괴 등 혐의를 받는 40대 창고 관리자 A 씨를 구속 송치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지난달 12일 임대형 창고에서 현금 수십 억 가량을 빼내 훔친 40대 보안업체 직원이 경찰에 잡혔다. [사진=서울 송파경찰서] 2024.10.10 dosong@newspim.com |
오전 7시 37분쯤 송파경찰서를 나서던 A 씨는 "훔친 돈을 어디에 쓰려고 했냐", "가족까지 (범죄에) 동원됐는데 또 다른 공범 있냐", "실제로 40억 원만 훔친 것 맞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울먹이며 호송차에 탑승했다.
창고를 임대해주는 보안 업체의 중간 관리자인 A 씨는 지난달 12일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 20분까지 6시간가량 서울 송파구 잠실역에 위치한 지점의 창고에 보관돼 있던 현금 40억 원 상당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여행용 가방에 담긴 현금 뭉치를 다른 층 창고에 옮겨놓고, 폐쇄회로(CC)TV를 훼손했다. 이틀 뒤인 15일에는 훔친 현금을 옷 상자에 넣어 창고 밖으로 옮겼다. 돈은 A 씨의 어머니 B 씨의 지인이 관리하던 경기 부천 원미구의 한 건물에 보관됐다.
현금이 도둑맞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2주 만인 지난달 26일이다. 현금을 도둑맞은 피해자의 지시에 따라 창고에서 가방을 꺼낸 지인 C 씨가 가방 안에 돈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피해자에게 알렸다. 가방에는 A4용지가 채워져 있었으며, "내가 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하라. 그러면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메모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 새벽 "현금 68억 원이 사라졌다"는 취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추적 끝에 A 씨를 지난 2일 자택이 위치한 경기 수원에서 체포하고, 부천 건물에 남겨져 있던 현금 39억 2500만 원, 그 사이에 A 씨가 지인에게 채무 변제를 이유로 넘긴 것으로 조사된 9200만 원을 합쳐 40억 1700만 원을 압수했다.
다만 신고된 피해액 규모와 실제 압수한 현금 액수의 차이가 28억 원으로 상당하다. 피해자는 그동안 지시에 따라 창고를 출입하던 C 씨가 돈을 빼돌렸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 씨는 "C 씨와 모르는 사이"라며 단독 범행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의 존재를 살피고 있는 경찰은 A 씨의 범행을 도운 B 씨를 장물 보관·운반 혐의로, 그동안 피해자 대신 창고를 출입한 C 씨를 절도 혐의로 입건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편 경찰은 A 씨를 송치한 뒤에도 피해자가 거액의 현금을 임대 창고에 보관했다는 점과, 피해 규모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는 점 등을 들어 피해금을 돌려주지 않고 정확한 액수와 추가 은닉 피해금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자신의 신분이 자영업자라고 밝힌 피해자는 현금 출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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