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전관예우' 의혹…여야 질타 쏟아져
가격 급등한 신희타…이한준 "사전청약자 입자에서 분양가 결정하도록 노력"
더딘 주택공급 속도·철근 과다 주문에도 누락된 철근 등 의혹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예우'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불거지면서 여야의 질타가 이어졌다.
철근이 과다 주문됐음에도 철근 누락 아파트가 나온 의혹과 사전청약 지연에 따른 공공분양주택 분양가 상승 문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전국 주택 인허가와 착공 실적이 문재인 정부 초기 2년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비해서도 저조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갈무리] |
◆ 지난해에 이어 '전관예우' 의혹…여야 질타 쏟아져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예우'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LH는 지난해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를 계기로 전관 업체 특혜 문제가 불거졌을 때 강력한 제재를 약속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전관 업체들과의 계약이 체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LH는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를 계기로 용역 업체 선정을 조달청으로 넘기겠다고 해서 넘겼다"며 "그런데 이후에 체결된 총 23건의 계약 중 15건이 철근 누락 사태 때 설계나 감리를 맡았던 업체들이 수주했고 계약 금액으로는 총 759억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여전히 전관이 설치고 있는 것으로 LH가 말했던 혁신은 하나 마나 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한준 LH 사장은 "저 역시 참담함을 느낀다"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특히 LH 고위직 출신 전관이 재직 중인 2개 업체에 계약이 집중돼있다"며 "LH가 (지난해에) 전관 카르텔 혁신방안을 발표해서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는데 전관 문제를 근절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매입임대주택을 관리하는 용역업체가 두곳의 특정업체에 집중된 것을 지적하며 전관 업체에 일을 몰아줬다는 '전관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용역의 80%가량을 업체 두 곳이 싹쓸이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LH 고위직 퇴직자들이 이들 업체에 가 있었다"며 "이중 전직 1급 본부장들은 (LH에서) 매입임대 업무를 담당한 부서의 장을 거쳤던 이들"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 질의에 대해 이한준 사장은 "지적하시는 부분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송구스럽지만 이 부분은 아직 확인을 못했는데 (설계·감리업체 등 외에) 전관 문제가 여기까지 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답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캡쳐] |
◆ 가격 급등한 신희타…이한준 "사전청약자 입장서 분양가 결정하도록 노력"
신혼희망타운의 본청약 분양가가 사전청약 때에 비해 급등하면서 기존 당첨자들이 청약을 포기하고 있는 점 역시 지적을 받았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3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본청약을 진행한 인천 계양지구 A3블록의 확정 분양가를 거론하며 "인천계양 A3는 사전청약 당시 제시된 분양가는 3억4000만원 정도였는데 지난달에 공고된 최종 분양가는 6500만원(20%) 정도 인상됐다"며 "잔금 납부일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현금으로 6500만원을 더 마련해야 되는 상황이 됐지만 지원 자격이 월 소득 422만원 이하라 (당첨자들은) 11개월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으더라도 65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혼희망타운이 출산 장려를 위한 상품인데 당첨자들을 투잡이라도 뛰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으면 출산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이분들이 이 LH가 공고한 분양가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이런 것 생각해 봤냐"고 질타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도 "본청약이 완료된 13곳을 보니 입주자들이 추가 분담한 대금이 986억원에 달한다"며 "사전청약이 분양가를 추정치로 제시하는 거라 본청약 때 달라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LH는 (분양가가 급등했을 때의) 당첨자들의 심정을 백분 이해해야 한다. 분양가가 많이 오른 부분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사전청약 대상자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온전히 인상된 분양가격을 피해자분들한테 돌아가지 않도록 분양가 산정시 사전청약자 입장에서 분양가를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 더딘 주택공급 속도·철근 과다 주문에도 누락된 철근 등 의혹
더딘 주택공급 속도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H는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8월 기준 착공된 물량은 236가구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번 정부가 공급 약속한 물량은 270만가구로 이 중 LH가 책임져야 하는 물량은 70만가구인데 현재 LH의 추진 실적을 보면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LH의 업무 관행이 4분기(10월~12월)에 마무리되도록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연말에 몰아서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닌 분기별로 균등하게 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하겠다"며 "12월 31일까지 5만가구 착공은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H가 시행한 아파트 중 설계 대비 최대 20% 가까이 철근을 초과 주문했음에도 철근누락이 발견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철근 누락 아파트 중 최대 70% 철근이 누락됐는데 당초 부족하게 주문한 것이 아닌 설계보다 더 많이 주문하고 반입했다"며 "철근 누락 아파트 23곳 중 21곳에서 2542톤 더 반입했음에도 LH는 이 같은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많은 철근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느냐"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당시 조사를 못해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