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보다 시세차익 노린 투기수요 증가
분상제 도입 지역, 제도 개편 필요성 제기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올해 하반기 들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분양가상한제(분상제) 단지 분양이 이뤄지면서 청약시장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수요층의 관심은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로 확인되고 있다.
올해 4분기에도 '대어급' 단지들이 분양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청약광풍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거주보다 시세차익에 목적을 둔 투자 수요의 유입으로 역시 경쟁률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분상제가 도입된 지역은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은 만큼 투자 수요가 몰릴 우려가 큰 만큼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4분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강남권에서 추가적으로 분양이 예고되면서 실수요와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투자수요가 대거 몰리며 역대급 청약 경쟁률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래미안 원펜타스-청담 르엘 분양가, 시세 대비 최대 절반...투자 수요 대거 기웃
서울 강남권 분양단지의 청약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 값이 큰 폭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수요자들에게 어필되고 있다. 이른바 '로또 아파트'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8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분양한 단지는 총 5곳이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에 청약을 마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은 올해 강남권에서 공급된 단지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담 르엘은 1순위 85가구 모집에 5만6717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667.3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7월 공급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의 1순위 경쟁률(527대 1)을 넘어선 수치다.
주변 시세 대비 적게는 2억~3억원, 많게는 수십억원 차이 나는 분양가로 공급되다 보니 '강남 입성'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은 물론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수요까지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청담 르엘 전용 84㎡는 22억9110만~25억 220만원으로 분상제 적용 단지 중에서도 가장 비쌌다. 하지만 인근에 위치한 '청담 자이' 전용 82㎡가 지난 6월 32억9000만원에 거래된 만큼 당첨만 되면 10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대감이 청약 열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서초구 반포동 일원의 '래미안 원펜타스' 전용 84㎡의 분양가는 20억원대 초반이지만 인근에 위치한 단지들이 40~50억원대에 매매거래가 이뤄지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2월 서초구에서 분양한 '메이플자이' 전용 59㎡의 분양가는 17억원대로 인근 '신반포자이' 전용 59㎡(6월, 27억원)와 비교해 10억원 가량 저렴했고 8월 강남구에 공급된 '래미안 레벤투스' 전용 84㎡ 분양가는 21억원대로 인근 '도곡렉슬' 전용 84㎡가 지난달(8월) 33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10억원 이상의 안전마진을 확보했다.
◆ 4분기 잠실 래미안아이파크-방배 래미안 원페를라-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출격 대기
올해 하반기 들어 분상제 인기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남은 기간 동안에도 강남권 신규 분양 단지들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다음달 송파구 신천동 일원에서 '잠실 래미안아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잠실 진주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하는 단지로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3개동 총 2678가구 규모다. 이 중 전용 43~104㎡ 589가구가 일반분양 된다. 아직 분양가는 책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7월 DL이앤씨가 인근 강동구 성내동에서 분양한 '그란츠 리버파크' 84㎡의 분양가는 19억원선이다. 인근에 위치한 '파크리오' 전용 84㎡는 지난달 2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삼성물산은 서초구 방배동 일원에서 방배6구역 재개발을 통해 공급하는 '래미안 원페를라'를 연내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최고 22층 16개동 총 1097가구 규모로 이 중 전용 59·84㎡ 465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주변 아파트 전용 84㎡의 매맷값은 21억~23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분양가는 책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8월 분양한 디에이치 방배 59㎡는 17억원선, 84㎡는 22억원에 각각 분양됐다.
현대건설은 강남구 대치동 일원에서 대치동구마을3지구 재건축을 통해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를 10월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최고 16층 8개동 282가구 규모로 이 중 전용 59~94㎡ 72가구를 일반분양으로 공급한다. 전용 59㎡ 분양가는 약 16억4300만원 선에 책정됐다. 주변 구축인 대치푸르지오써밋 같은 주택형의 매맷값은 23억2000만원이며 새아파트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25억원 이상의 시세 형성도 가능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이같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 취지와 달리 '로또 청약'을 잇따라 양산해내면서 제도 개편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따라 어쩌면 이번 4분기 청약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상제 단지의 경우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아 실수요자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몰리면서 과열 경쟁이 심화되는 기형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어 제도 개선 가능성이 크다"며 "주택담보대출도 어렵고 현 부동산 시장이 상승장이라고 볼 순 없지만 이같은 '끝물' 심리가 작용하며 4분기 분상제 아파트 청약 열기는 더 달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