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韓 기업 대상 현지 진출 의향 설문
마이크론 유치하며 '인도산 반도체' 육성 의지
UAE도 삼성·TSMC와 투자 논의 해외 보도
용수·전력·지정학 이슈 등 걸림돌 많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반도체가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려는 세계 각국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등 5대 강국이 쥐고 있는 첨단반도체 시장의 틈을 노려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반도체는 단순히 제조 원가가 싸다는 이유로 해외에 공장을 지을 수 없는 전략산업으로, 기술적·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제3국 투자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인도, 국내 반도체기업 대상 인도 진출 의향 조사
2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연내 '인도산 반도체' 생산 계획을 제시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을 본격화한 인도 정부가 국내 기업들에게 현지 진출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인도국가투자진흥원(Invest India)의 의뢰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인도 진출 의향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 투자 계획이나 투자처로써 인도가 어느 정도의 매력이 있는 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제조공장을 유치하며 반도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 총 27억5000만 달러(약 3조7000억원)를 들여 디램 반도체와 낸드 메모리 조립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초기 비용만 투자하고 나머지 비용은 인도 정부가 지원할 정도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한 총력전은 세계적인 추세다.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는 대형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두고 삼성전자, TSMC와 논의했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의 총 비용은 1000억 달러(약 133조6000억원)으로,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AE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인공지능(AI)을 선택하면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
◆용수·전력·인력·비용·정치 문제까지
풀어야 할 숙제 산더미
반도체업계는 인도나 UAE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자되는 사업에 풀어야 할 기술적, 정치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당장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용수와 전력의 확보가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인도와 중동의 UAE는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로 안정적인 제조 공장 가동을 담보할 수 없다. 또 현지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고급 인력 확보도 숙제다.
인프라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도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는 기업들이 투자 의사를 결정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 인도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 속에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미국은 공급망 교란 사태를 겪으며 미국산 제품에 혜택을 강화하고 미국 현지에 제조공장을 건설하도록 사실상 압박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잇달아 미국에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이유다. 기업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는 반도체 공장 건설에 지정학적인 이슈를 외면하기 힘들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남아있는지도 미지수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공장으로 평택 제4공장(P4)을 짓고 있고 미국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6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2곳과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예상투자금액만 모두 360조원에 달하는 용인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도 계획돼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열풍에 제조공장을 유치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인도나 UAE에 국내 기업이 진출할 가능성은 적다"며 "특히 수요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 특성상 제조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 수요는 크지 않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