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파묘'의 김고은과 '파친코'의 노상현이 서로를 유일하게 알아보는 '찐친' 케미로 만났다. '대도시의 사랑법'이 결코 평범하지는 않은 젊은이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평범한 감정들을 포착한다.
23일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올 초 '파묘'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스타 김고은과 '파친코'로 해외에서 더 유명한 배우 노상현이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커플처럼 보이지만, 동성보다 더 동성같은 진짜 친구로 등장해 관객들을 웃기고 울릴 준비를 마쳤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의 한 장면.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 자타공인 '별종'들의 만남…낯선 기시감이 주는 시원한 쾌감
'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우연한 계기로 동거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영화다. 성소수자인 흥수의 정체성을 일찌감치 알게 된 재희는 그를 아웃팅 위험에서 지켜주고 흥수는 재희의 제멋대로지만 무엇이든 피하지 않고 부딪히는 성격을 지지해준다. 여자친구보다 더 여자같고, 남자친구보다 더 남자같은 그들만의 위로는 재희와 흥수에게, 관객들에게도 아주 특별한 감동과 일깨움을 선사한다.
재희를 연기한 김고은은 현재에 충실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를 그려낸다. 사랑에는 한없이 약해서 모든 걸 걸면서도, 보란듯이 깨지고 아파하고 상처받는다. 누구든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노답' 대학생처럼 흥청망청 사는 것 같아도 뛰어난 적응력으로 학교에도, 직장에서도 자리를 잡아간다.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할말을 하는 캐릭터는 '골 때린다'는 반응을 자아내지만 동시에 시원한 카타르시스도 함께 안긴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의 한 장면.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노상현은 흥수 역으로 모든 것에 벽을 치고 살게 된 인물을 세심하게 표현한다. 절제된 표정부터 스타일링까지 그의 조심스러운 성정이 느껴진다. 아웃팅을 극도로 겁내는 그의 내면엔 엄마에게 받은 상처가 도사리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그의 상처를 끌어안는 재희에게 감동하면서도, 또 무심하게 다루는 재희에게만큼은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여자를 사랑할 수 없는 역이라지만, 많은 여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법한 캐릭터다.
◆ 아무리 별종이라도, 인간이기에…묘한 안도감과 공감이 가득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는 기성세대라면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울 법한 젊은이들의 일상, 행동양식, 대처방식을 담은 장면들이 주를 이룬다. 남들이 수근거리는 걸 못참는 성격의 '미친년'이나 자신의 사랑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성소수자 캐릭터는 어떤 면에서 전형적이면서도 낯설다.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에겐 다양한 삶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는 두 사람의 가치관이 크게 공감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의 한 장면.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그럼에도 이 영화에선 괴짜같은 남녀가 현실을 살아가며 느끼는 평범한 감정들에 주목한다. 별난 자식을 대하는 엄마의 병적인 반응과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모자 관계, 동성보다 더 동성같은 친구와 나누는 우정, 예기치 않은 오해와 사건들을 겪으며 마주하는 다양한 사랑의 감정들을 그 순간마다 기가 막히게 포착해낸다. 한층 다양해진 삶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스스로를 별종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평범한지를 보여주는, 모두에게 묘한 안도감을 주는 값진 영화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