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설 연휴 등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시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노후된 시설과 좁은 도로, 열악한 환경 뿐만 아니라 화재에도 취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27일 오전 9시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소방차가 진입해야 할 도로 한복판은 노점상과 매대, 불법 주차 차량들도 가득했다. 통로는 성인 보폭으로 세 네걸음 남짓할 정도로 좁아져 있었다.
소방 도로 확보를 위해 그어진 황색 실선은 이미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지워진 곳도 다수였다. 점포 태반이 실선을 무시한 채 진열대를 두고 물건을 판매 중이었다. 비좁은 가게 내부에는 물건이나 음식이 탈 정도로 가깝게 온열기구가 작동됐다. 시장 내 종합상가 벽에는 피난 안내도가 붙어있었으나 계단과 복도마다 택배 상자와 포장된 상품들이 가득해 자칫 걸려 넘어질 것처럼 보였다.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의 상황도 비슷했다. 골목마다 쓰레기와 스티로폼 박스는 물론 환풍기와 실외기, 각종 기계와 연결된 전선 수십여개가 잔뜩 뒤엉켜있었다.
전선들은 대부분 먼지가 가득했고, 일부 노후화된 것들은 비닐이나 청테이프로 칭칭 감아져 있었다. '금연구역' 표지판이 무색하게 바닥과 빗물받이에는 담배 꽁초들도 흔했다. 소화기 위치를 표시하는 안내표지판 아래에 정작 소화기가 없거나, 사용 연한이 미기재된 소화기들도 있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매장 내 온열기가 방풍비닐과 가까이 붙어있고 종합상가 계단에는 택배 상자들이 가득하다. 2023.12.27 allpass@newspim.com |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285건에 달한다. 이로 인해 28명이 다치고 82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으로는 과부하와 과전류 및 전선 손상 등 전기적 요인이 127건(44.6%)으로 가장 많았고, 음식물 조리 등 부주의가 98건(34.4%), 기계적 요인이 21건(7.4%)으로 뒤따랐다.
시장 상인과 시민 모두 화재의 취약성을 인지하고 불안하다는 반응이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30여년째 화훼매장을 운영 중인 김 모씨는 "겨울마다 화재가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에도 근처 분식집에서 불이 날 뻔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워낙 노후화 된데다 점포들이 붙어있고, 옷가게나 악세사리샵에는 가연성 물질도 많으니 한번 불이나면 옮겨붙기 쉽다.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천시장을 방문한 주부 정성희 씨도 엉켜있는 전선들을 보며 "골목을 지나다닐 때마다 실외기에서 큰 소리라도 들리면 불안하다"며 "특히 크리스마스 연휴에 전국에서 불이 많이 났는데 시장은 관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골목 두 곳. 먼지 쌓인 전선이 뒤엉켜있거나 스티로폼 상자, 나무판넬 등 적치물들로 인해 복도가 비좁아진 모습. 2023.12.27 allpass@newspim.com |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예방을 위해 ▲화재 안전 교육 계도 및 심야시간 순찰활동 강화 ▲온열기 등 전기기기 상태 상시 확인 ▲상인 및 상인회의 경각심 고취 ▲출입구·비상구 개방 상태 유지 ▲계단·통로 내 불법적치물 제거 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전통시장의 경우 작은 점포들이 연속적으로 있는데다 개별 건물로 보면 소방시설 적용 대상이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라 화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이라며 "결국 상인들이나 상인회에서 더 신경을 써서 관리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사람이 없는 야간 시간대에 화재가 발생해서 순식간에 피해가 커지는 경우가 많은데 야간 순찰이나 계도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난방기기들도 더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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