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양귀비 밀경사범 89.5% 60대 이상...96.6% 기소유예
대검찰청 내부 기준 따라...50주 미만 훈방 또는 즉결심판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경찰이 마약으로 분류되는 양귀비를 재배하더라도 일정 기준보다 적은 경우에는 훈방 조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검거 사범 대부분이 관상용이나 치료 목적으로 재배한 고령층이어서 전과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양귀비가 법률상 마약으로 규정된다는 것을 알고 재배했더라도 50주 미만이면 동종전과나 즉결심판 처분 이력등을 판단해 훈방하거나 즉결심판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양귀비는 아편과 헤로인의 원료로 쓰이고 있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마약으로 분류돼 소지, 재배를 금지하거나 통제하고 있다. 허가 없이 양귀비를 재배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양귀비 꽃을 관상용으로 기르거나 항암·진통·해열 효과가 있어 치료용으로 재배하기도 한다.
경찰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재배 목적, 규모를 확인하지 않고 검거해 형사입건을 하면서 전과자를 양산한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실제 검거 사범 중에서 대부분이 노인 등 고령자인데다 기소된 사례도 많지 않았다.
지난해 양귀비 밀경사범은 1462명이었으며 이들 중 60대 이상 농어촌 거주 고령자가 1308명으로 89.5%를 차지했다. 또 밀경사범 중 1412명인 96.6%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북 포항해경이 대마·양귀비 밀경사범을 집중단속하고 있다. [사진=포항해경] |
대검찰청에서도 2021년 이후 자체 기준에 따라 양귀비 밀경사범을 단속할 때 50주 미만을 재배한 경우에는 불입건 조치하고 있다. 50주 이상~100주 미만은 기소유예 조치하고, 100주 이상인 경우에 기소하고 있다. 다만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적은 수를 재배했더라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경찰은 대검 내부 기준에 맞춰 50주 미만 밀경자는 경미범죄로 분류해 경미범죄심사위원회로 회부해 감경 기준에 따라 동종전과나 즉결심판 처분 이력이 없는 경우에는 최대한 훈방조치 하도록 기준을 수정했다.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즉결심판을 청구한다. 검거 과정에서 압수한 양귀비는 고의성 여부에 관계없이 폐기된다.
경미심사위원회는 죄질이 경미한 20만원 이하 벌금, 구류, 과료 등의 선고가 예상되는 형사사건 중 초범, 생계형 범죄, 우발적 범죄 동기 등과 정상 참작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을 고려해 감경 여부를 심사하는 제도다. 피의자의 조속한 사회복귀와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2015년부터 시범운영을 거친 뒤 전국으로 확대돼 실시되고 있다. 경찰서장을 위원장으로 5~7명의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됐다.
경찰 관계자는 "50주 미만은 마약 제조로 이어질만큼 양이 많지 않은데 이를 형사입건하면서 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향후 단속 과정에서 훈방 또는 즉심청구 절차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