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유가, 90~100달러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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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①편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3. 사우디의 선택
유가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자발적 감산안을 내놓았던 지난 6월초 수준에 가깝게 후퇴했다. "원유시장내 투기적 쇼트(원유 선물 매도) 세력들이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게 하겠다"던 사우디로선 속이 쓰릴 법하다. 이대로 사우디는 물러날 것인가. 이는 원유시장 참여자들이 계속 살펴야 할 공급 변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의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 장관은 투기세력을 향해 재차 분노를 쏟아냈다.
최근 유가 하락은 수요 둔화 탓이 아니라 전적으로 원유시장내 투기적 세력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기자들의 원유시장 흐름과 관련한 질문에 "그것(수요)은 약하지 않다. 사람들이 그게(수요가) 약한 척 하고 있을 뿐이다. 그건 다 계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석유 수요는 강건(robust)하다"며 "최근 유가 하락의 책임은 투기적 세력에게 있다"고 했다.
브렌트 유가 추이 [사진=koyfin] |
올 들어 되뇌였던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꾼들에게 지옥의 고통을 맛보게 하겠다`는 말을 반복하지는 않았지만 유가 하락의 배후로 다시 투기세력을 거론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또 OPEC 회원국의 늘어난 석유수출을 원유생산 증가와 결부짓지 말라고 했다. "수출은 계절성을 띤다. 여름에 감소하다 9월과 10월에 다시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OPEC의 생산량 변동(생산 확대)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숫자의 오용"이라고 말했다.
4. 파월 "현혹되지 않게"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과 전투를 수행중인 중앙은행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강달러와 고유가의 이중고로 힘겨워하던 이머징내 원유 순수입국들에겐 특히 그렇다.
다만 에너지와 원잔재 곡물 가격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환경은 이전 수십년과 분명한 마디를 긋고 있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분열과 충돌로 나아가고 있으며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비용 효율 논리)를 압도하는 일들이 빈발하고 있다. 내년 미국의 대선 결과는 이런 흐름을 한층 가속화할지 모른다 - 미국의 고립주의 심화와 각자도생, 빈발하는 충돌.
이런 환경은 예전에 없던 비용을 수반하기에 인플레이션적이다. 물가안정을 책임져야 하는 중앙은행들에게는 장기적으로 녹록치 않은 환경이다.
최근 7거래일 미국 2년물 국채수익률 장중 흐름 [사진=koyfin] |
간밤(11월9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인플레이션 지표가 몇 차례 우리를 교란시킨 적이 있다(head fake)"며 "몇달간의 양호한 지표에 현혹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반짝 개선된 인플레이션 지표에 속아 섣불리 긴축의 고삐를 늦추는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이제 그의 조심성은 과잉 긴축의 위험은 물론이고 성급한 피벗의 위험을 모두 아우른다 - 파월은 "필요하면 주저없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비둘기 신호로 금융환경이 급하게 이완되자 이를 제어하려는 의도, 국채 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 심리가 어느 쪽으로도 과하게 쏠리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다만 파월의 발언 속에는 그가 발딛고 선 세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공급 측면의 예측 가능성이 현격히 떨어져 있다는 인식도 녹아 있다. 파월은 공급측면 개선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진전될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긴축적 통화정책에 의한 총수요 억제가 인플레이션 진압의 상당 부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파월의 눈에는 최근의 유가 하락 역시 일종의 교란(fake)에 불과할지 모른다.
5. UBS "배럴당 100달러"
최근 유가 하락에도 일부 투자은행은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고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했다.
UBS는 "수요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 신호가 많다"며 "중국은 경기부양을 강화하고 있고 인도의 석유 소비 또한 견조하게 늘어나는 등 글로벌 수요는 여전히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사우디와 러시아는 계절적으로 약해지는 석유 수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행 감산 조치를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수급적 요인으로 인해 유가는 다시 배럴당 90~100달러 구간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발 유가 급등 위험 또한 사라지지 않았다고 봤다. UBS는 "우리의 베이스 시나리오는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라면서도 "그러나 이 지역 사태는 여전히 유동적이"이라고 했다.
이어 "가장 두드러진 리스크는 이란산 원유에 있다"며 "이란의 원유 수출이 일평균 30만~50만 배럴 감소하면 석유시장 수급을 더 압박하게 돼 브렌트가 100~11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지난주 미국 하원은 초당적 지지속에 이란의 원유수출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