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그때 제가 야간 근무 중이었어요. 순회하면서 봤던 직원인데 비보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을 땐 이미 상황이 종료돼서..."
지난 12일 오후 10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에서 만난 서울교통공사 보안관은 당시를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지난 12일 오후 10시쯤 스토킹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 여자 화장실. 벽에 추모 공간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3.09.12 allpass@newspim.com |
지난해 9월 14일 서울교통공사 여직원 A씨는 입사 동기인 전주환(32)으로부터 3년간 스토킹을 당하다 이곳에서 무참히 살해됐다. 1년이 지난 이날 여자화장실 앞에는 추모 공간 안내문과 함께 하얀 국화꽃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한 여성 시민은 화장실을 찾는 듯 두리번거리며 왔지만, 이내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발견한 후 잠시 고민하더니 발걸음을 돌렸다.
보안관은 역 내를 살피며 "이전부터 특별 근무 방안이 내려와서 2교대로 순회 중"이라며 "평일은 오전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주말이나 공휴일은 열차 종료 시간까지 순회한다"고 설명했다.
신당역 10번 출구 오른편엔 2평 남짓한 추모 공간이 운영 되고 있다. 대형 흰색 게시판에는 "더이상의 안타까운 죽음이 없길", "미안합니다",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하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바닥과 출구 벽쪽엔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과 꽃다발, 추모 쪽지들도 가득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신당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1주기 추모 공간. 국화꽃과 추모 쪽지들이 가득한 모습. 2023.09.12 allpass@newspim.com |
한동안 이곳에서 추모 쪽지를 읽던 직장인 박모(27) 씨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강력한 처벌로 유족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달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소 신당역을 자주 지나다닌다는 대학생 서모(23) 씨도 "저나 스토킹 당한 경험이 있는 지인들은 피해자가 얼마나 큰 두려움에 시달리다 죽었을지 더 공감이 돼서 마음 아프다"며 "요즘 칼부림 사건 때문에 더 불안하다. 역무원들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순찰 제도가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서울경찰청과 서울시는 13일 스토킹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스토킹 피해자 원스톱지원 사업단'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심리, 법률, 의료지원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지원 받을 수 있으며, 경찰과 시와 연계해 피해자의 정보와 조치결과를 실시간 공유해 신속한 대응을 할 방침이다. ▲피해자 보호시설 확대 ▲민간경호 서비스 지원 ▲이주비 등도 지원된다.
전주환은 지난 7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나 상고해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피해자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대법원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해 2심에서 선고된 무기징역형이 확정된다면 그 자체로 수많은 피해자에게 유의미한 판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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