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송현도 기자 = 정부가 내수 진작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다음 달 2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6일 간의 황금연휴가 생겼다. 항공료가 치솟는 등 물가가 비싼 와중에도 휴가를 즐기겠다는 시민들이 늘고 있지만, 취업난에 허덕이는 고시생들은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7일 오전 방문한 노량진 고시촌에는 황금 연휴를 앞둔 기대감 대신 평소와 같이 무거운 가방을 매고 이른 아침부터 바쁜 발걸음을 옮기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5년차 임용을 준비 중인 권모(30) 씨는 지난해에 고시 1차에 붙었으나 2차에 떨어지면서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권씨는 '추석을 어떻게 보낼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11월 말이 시험이라 79일 정도밖에 남지 않아 마지막 스퍼트를 낼 것"이라며 "추석 연휴에는 학원도 쉬기 때문에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며 시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7일 오전 노량진 고시식당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2023.09.07 dosong@newspim.com |
2년째 경찰 시험을 준비 중인 전현선(26) 씨는 "추석에 솔직히 내려가고 싶지가 않다. 가족들 얼굴보기도 미안하고 공부를 해야 해서 쉬면 불안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전씨는 지난 8월에 2차 시험에 떨어져 오는 3월에 있을 필기 시험을 준비 중인데 마음이 조급하다고 전했다.
이는 신림동 고시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만난 서모(31) 씨는 '추석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추석 때 학원이 문을 닫아 스터디카페에 미리 정기권을 끊어 놨다"며 "친구들은 연휴 때 몰아서 여행도 간다던데 그럴 여유가 없다"고 답하며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추석 때도 '고시 식당'을 방문해 홀로 끼니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노량진과 신림 등 고시촌 근처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밥을 제공하는 '고시 식당'이 있다. 취재에 따르면 식당은 대부분 추석연휴에도 첫날과 이튿날만 쉬고 그 다음부터는 정상 영업을 할 예정이다.
노량진 유명 고시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 김모(41) 씨는 "하루에 3끼 영업하고 900명 정도 온다"며 "고시생 주머니 사정이 빤하지 않느냐. 아무래도 다른 곳보다 저렴한 수준에 음식도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는 "고시 생활 5년 동안 물가가 너무 올라 밥 먹는게 부담"이라며 "건강 챙기려고 샐러드라도 먹으려 하면 만원이 넘어가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밥을 먹을 수 있어 고시 식당을 자주 간다"고 부연했다.
서씨 또한 "교통비 아끼려고 본가에 안내려가는 만큼 연휴에도 고시 식당에서 끼니를 떼우며 돈을 아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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