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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중국] <7> 평화와 화해, 데탕트의 술 금문고량주

기사입력 : 2023년08월31일 08:37

최종수정 : 2023년12월25일 20:35

'전쟁이 빚어낸 풍요'양안 화합 건배주 각광
대만 시진핑 선물로, 中 브릭스 만찬주 화답
국공내전서 잉태한 술, 양안 경협 파수꾼 자처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황금 빛깔의 누런 수수 이삭이 뜨거운 태양 아래 영글어 간다. 전쟁의 폐허속에 사막처럼 버려진 땅은 천혜의 옥토로 변했고 황량했던 대지는 찬란한 빛을 뿜어낸다. 역설적이게도 전쟁은 붉은 흙 먼지가 자욱하던 황무지 진먼(金門,금문도)현을 정열의 땅, 풍요의 파라다이스로 만들었다. 금문도의 명물 금문고량주(金門高粱)의 기원과 번영은 대만 금문도에 관한 한편의 서사시다.

대만 금문도는 중국 본토 샤먼에서 배로 불과 10킬로미터도 채 안되는 거리다. 우리로 말하면 백령도나 연평도 같은 초접경 지역인데 군시설이나 병사들이 눈에 띄지않아서 그런지 이렇다할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금문도에서는 대륙과 위챗같은 모바일 SNS도 허용된다. 금문 고량주와 금문도 포탄 식칼 광고판, 선거 유세 간판, 파룬궁 선전 차량이 문뜩 문뜩 이곳이 대만 땅임을 상기시켜준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가 막 발생했지만 당시 누구도 그 위력을 가늠하지 못했던 2020년 1월 9일. 뉴스핌 기자는 중국 샤먼 우통(五通) 부두에서 요금 154위안 하는 여객선을 타고 30분만에 대만 땅 금문도로 건너갔다. 1월 11일 대만 총통선거 취재차 타이베이로 가는 길에 우회해 양안 초 접경지 표정을 스케치하고 대만의 대표 백주 금문고량주 공장을 둘러보는 출장이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푸젠성 샤먼의 코앞에 있는 대만 땅 금문도의 명물인 금문도 포탄 칼 기념품 가게가 위챗과 즈푸바오 은련카드 등 중국  결제 수단을 활용해 영업을 하고 있다.  2020년 1월 뉴스핌 촬영.   2023.08.31 chk@newspim.com

2020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는 일찌감치 승자가 가려진 승부였다. 선거 전문가들은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국민당 후보를 20% 이상 격차로 따돌리고 압승할 것이라고 점쳤다. 금문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 섬의 표심은 대륙과의 교류와 경협을 원하는 국민당을 향하고 있지만 대세를 뒤짚는 것은 불가항력이다"고 말했다. 선거는 김이 빠졌다.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의 관심도 선거 보다는 자연스레 대만의 간판격 백주, 금문 고량주로 옮겨졌다.

중국서 부터 위챗으로 연락을 취해온 금문도 택시 기사 첸(千) 여사는 금문도 수이터우(水头) 부두 인근 버스정류장 가까운 곳에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첸여사가 모는 택시를 타고 10여 분 쯤 달리자 목적지인 금문 고량주 주창(酒廠,양조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첸 여사는 이곳이 대만 진먼현((金門縣, 금문현)의 서북쪽이라고 했는데, 기자가 얼른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상세 주소를 들여다보니 진닝샹 타오위안루 1호(金寧鄉 桃園路 1號)라고 적혀있었다. 공장 정문 왼쪽에는 금문 고량주 병을 모형으로 한 거대한 공장 마스코트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는다. 공장 정문을 들어서기 전부터 인근에 들큰한 누룩 발효 냄새가 진동하며 코끝을 자극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대만 금문도에 있는 금문고량주 공장 구내 공원에 금문고량주 병 모양을 한 대형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2023.08.31 chk@newspim.com

금문 고량주는 국공 내전중에 세상에 나왔다. 본토에서 패퇴한 장개석의 국민당 군대는 금문도에 배수진을 쳤다. 대만의 호국 영웅 후롄(胡璉) 장군은 10만의 병사를 이끌고 마오쩌둥의 인민해방군과 싸워 승리를 거뒀다. 후롄장군이 금문도를 지키지 못했다면 오늘의 대만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전쟁 당시 후롄 장군은 금문도가 수수 재배를 위한 최적지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술을 빚기 위해 농민들에게 가오량(高粱,수수)을 재배하게 했고, 1종 보급품인 쌀을 주고 농민들로 부터 수수를 거둬들였다. 금문도 농민들은 쌀밥을 먹게 됐고 병사들은 고량주를 마실수 있어 사기가 올라갔다.

양안에 전쟁의 기운이 팽배했던 1952년 금문도엔 주룽장(九龍江, 금문고량주 전신) 양조장이 세워졌다. 전투 당시 군대가 설립한 금문 고량주는 지금도 100% 지분이 금문현 소유인 공기업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종업원도 90% 이상이 현지 주민들이다. 수수가 자람에 따라 먼지가 날리던 황토 사막은 푸른 농토, '붉은 수수밭'으로 모습을 바꿨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전쟁은 금문도에 풍요를 가져왔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대만 금문도 관광지 쥐광루에 대만의 후롄 장군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후롄 장군은 국민당 장개석 휘하에서 싸워 금문도를 지켜난 대만의 명장이다. 그는 중국 항일 투쟁의 영웅으로서 국민당은 물론 공산당으로 부터도 칭송을 받았다.    2023.08.31 chk@newspim.com

금문고량주는 전쟁의 산물이지만 한편으론 양안간 화해와 교류 협력의 상징주로 여겨지기도 한다. 대만의 최전방인 금문도에는 포성이 잦아든 이후에도 계속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국공간 대화 노력으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기도 했다. 어쩌다 열린 양안 주요 지도자 회담에서 금문고량주는 양안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화합의 촉매제가 됐다.

한국 애주가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금문고량주는 대만의 국가대표급 백주다. 금문고량주는 지난 2015년 중국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겸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싱가포르에서 국공간 역사적인 회동을 했을 때도 널리 화제가 됐다. 당시 회담 만찬주는 대륙을 대표하는 술 구이저우 마오타이였지만, 대만은 베이징으로 귀경하는 시진핑 주석의 행랑에 1990년 산 금문고량주를 챙겨 보냈다. '시·마(習·馬, 시진핑과 마잉주) 회견'덕분에 금문 고량주는 양안 화해의 술이라는 영광의 '레테르'를 얻게 됐다.

이후 시진핑 주석은 대만 금문고량주를 중국 공산당의 외교주로 활용했다. 시·마 회견 2년 뒤인 2017년 9월 중국은 대만 금문도에서 약 7킬로미터 떨어진 푸젠성 샤먼에서 브릭스 서밋을 열었다. 중국 당국은 이때 금문 고량주(진먼 가오량주)를 회담 만찬주로 올려놓고 평화를 위한 건배를 했다. 신냉전 시기가 도래하기 전 금문고량주는 한동안 양안(중국과 대만) 화합의 상징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대만 금문도 공항 면세점에 중고급 금문고량주가 전시돼 있다. 중급 이상의 금문고량주는 우리 돈으로 15만원 이상에 팔린다.    2023.08.31 chk@newspim.com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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