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회복하자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동반 상승
전세금 반환목적 대출규제 완화 등도 시장안정에 영향
고점대비 여전히 낮은 거래가...역전세난 불씨는 남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올해 하반기 우려되던 '역전세난'이 진정될지 주목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맷값이 한 달 정도 반등하면서 전셋값 상승 요인이 발생했고, 가을 신학기를 앞두고 이사 수요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2년전 전셋값 최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거래금액이 낮아 역전세난 불씨가 남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전셋값 상승세에 역전세난 우려 진정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셋값 상승이 한 달 정도 이어지면서 하반기 역전세난 우려가 진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역전세난은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을 말한다. 2021년 하반기 매맷값과 전셋값이 최고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역전세난이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집값 반등과 수요 증가로 전세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김보나 인턴기자] |
그러나 매매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전세시장도 진정되는 양상이다. 매맷값 반등으로 전셋값 또한 상승 요인이 생긴 셈이다. 부동산 회복기에는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인 전세가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신학기를 앞두고 이사철 수요가 늘어난 것도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역전세난 대책 이후 전세 기피 현상이 다소 완화된 것도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1년간 전세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 대출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통상 40%가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신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총부채상환비율(DTI) 60%가 적용된다. 전셋값 하락으로 전세금 반환이 지연돼 주거 이동이 제약되거나 전세금 회수에 불안해하는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원활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이런 영향으로 서울 주요 단지의 전셋값이 한 달 새 1억원 넘게 반등했다. 용산 한가람아파트 전용면적 111㎡는 지난달 7억4000만원에 전세 거래됐으나 이달에는 8억5000만원에 신규 계약됐다. 올해 최저 6억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2억5000만원 정도 반등한 것이다. 송파구 리센츠 전용 112㎡는 지난달 9억원선까지 밀렸다가 이달에는 11억~12억원 수준까지 회복했다.
◆ 전세매물 줄어 전셋값 상승세 당분간 유지 가능성
전셋값 상승세가 한 달 정도 이어지면서 이번 반등이 좀 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지난주 서울과 경기, 인천 아파트 전셋값이 각각 0.11%, 0.11%, 0.03% 올랐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4주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서울은 13주, 경기는 9주, 인천은 2주 연속 오름세다.
시장에 전세매물도 감소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한 달 전과 비교해 25개 중 22개 자치구에서 전세 매물이 줄었다. 광진구가 30.5%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이어 중구 25.5%, 종로구 23.1%, 은평구 22.8%, 동대문구 21.3%, 성북구 18.7%, 마포구 17.4%, 서대문구 16.5% 등이 뒤를 이었다.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매물이 줄면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전셋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고 거래가와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가 남아 있다. 수요가 감소해 거래가 줄어들 경우 언제든지 역전세난 확산이 불거질 수 있는 것이다. 하락 추세를 보이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인상되고 있어 전세에서 월세로 돌아서는 세입자가 늘어날 여지도 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집값 반등과 이사철 수요 증가 등으로 수도권 아파트의 역전세 우려가 다소 진정하는 분위기"라며 "그럼에도 입주물량이 많거나 지방 등에서는 매물 적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지역별 양극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