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속 학생, 아무일 없는 듯 음료 쥐고 걸어가
"마약사건 이후 학생들 마중 나오는 부모 많아져"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학부모 단톡방에서 난리도 아니에요. 아이들 조심하게 해달라고 계속 공지 띄우고 다들 한 걱정 중이죠. 아들 친구들 중 한 명이 당했다고 해서…."
이른바 '마약음료 사건'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가 충격에 휩싸였다. 최근 학생들이 학원가에서 마약 성분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대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7일 오전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 이모(47) 씨는 "이 근방에서 마약 일당이 학생들에게 일대일(1:1)로 직접 마약 음료를 건네줬다던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싶다.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각급 학교는 가정통신문과 교내 방송 등을 통해 피해 예방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전날 각급 학교에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과 교직원 마약 예방 연수 등을 권고했다. 이씨가 보여준 가정통신문에는 '마약류 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112에 신고하고 받아 간 학생이 있다면 절대 다른 학생들에게 음용케 하지 말고 신속히 신고해달라. 가정에서도 각별한 주의 당부드린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인근 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예영(15) 양은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료 마시지 말라고 요즘 계속 주의 방송을 하고 있다"며 "사건 이후 하교하는 학생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님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손녀 딸을 인근 초등학교에 바래다 준 이순희(71) 씨는 "요즘 분위기 말도 못한다. 손녀가 5학년인데도 학교·학원 다 데려다주고 자식들에게 보고한다"며 "길에서 나눠주는 거 먹지 말고 부모 이름·전화번호 얘기하지 마라고 주의를 많이 주고 있다"고 했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성민아(35) 씨도 "매일 등·하교할 때 함께 다니긴하지만 언제 또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불안하다"며 "주위 학부모들이 모이면 다들 '남일 같지 않다'며 걱정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마약 음료 음용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붙어있다. 2023.04.07 allpass@newspim.com |
대치동 학원가 건물 내외부에는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 병 사진과 함께 마약류 음료 관련 주의를 당부하는 예방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학원연합회에서 모든 학원에 주의하라는 지침이 떨어졌다"며 "각 반 담임 선생님들이 조회 시간에 '누가 모르는 거 주면 아예 응대를 하지말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행이 일어난 인근 종합학원으로부터 확인한 폐쇄회로(CC)TV 영상엔 한 남학생이 용의자 두 명으로부터 마약 음료를 건네 받는 듯한 모습이 찍혔다. 학생은 의심없이 음료를 손에 쥐고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해당 영상을 보여준 관계자는 "바로 앞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 6일 오후 일당 중 마지막 남은 용의자 1명을 검거함으로써 용의자 4명 전원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의 배후에 범행을 계획한 총책이 있다고 보고 추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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