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하반기 '따릉이' 요금 대폭 인상 예고
올 하반기 주요 대중교통 무더기 인상 예고
"인상률 가팔라…점진적인 인상 이뤄져야"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서울시가 오는 5월 예정됐던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요금 인상 시기를 연기하기로 했지만 불만 여론이 식지 않고 있다. 올 하반기 지하철·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 요금의 무더기 인상이 불보듯 뻔해 폭탄 미루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공자전거 서비스 도입 취지를 고려한 보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 시민이 서울시 공공자전거 서비스인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2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연내 따릉이 요금 인상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당초 5월께 따릉이 요금제를 개편하는 동시에 이용권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맞춰 올 하반기로 잠정 미루기로 했다.
현재 따릉이 이용권은 1일·7일 ·30일·180일·365일권으로 나뉘며, 각 이용권은 1시간·2시간 이용권으로 판매된다. 서울시는 현행 7일·30일·365일 이용권을 없애는 대신 3일 이용권을 신설하고, 가격도 대폭 인상할 계획이다. 1일 1시간 이용권은 기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180일권은 기존 1만5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신설되는 3일권은 1시간권 기준 5000원으로, 현행 30일권 가격과 같다.
따릉이를 이용하는 서울시민은 3명 중 1명꼴이다. 탄소배출절감·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2010년 처음 도입된 따릉이 서비스는 지난 12년간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운영대수는 시행 초 400대에서 4만여 대 규모로 늘었고, 현재 이용회원 수는 350만명이 넘는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용률이 대폭 늘었다. 서울시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은 따릉이 요금이 단번에 배 이상 뛴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따릉이족'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거주하는 최지희(34) 씨는 "지하철·시내버스 요금은 하반기 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안해도 1000원대 후반인데, 따릉이 요금이 시간당 2000원으로 오르는 건 지나친 급발진 아니냐"며 "따릉이로 출퇴근하는 이들은 교통비가 단번에 2배로 뛰는 셈인데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자택에서 영등포구 여의도동 회사까지 왕복 약 20km 거리를 따릉이로 출퇴근한다. 365일 2시간 이용 정기권을 사용하는 최씨의 따릉이 이용료는 월 평균 3300원. 서울시가 검토 중인 개편안이 시행된다면, 최씨는 현재 사용중인 1년 정기권 대신 기존 가격 대비 230% 오른 180일권을 연 2회 구매해야 한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서비스 '따릉이' 현행 요금표 [사진=서울자전거 따릉이 홈페이지 갈무리] |
서울시가 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주 배경은 만성 적자 구조에 있다. 따릉이 운영 적자는 매년 커져 지난 2021년 연간 적자규모가 100억원을 넘어섰다. 서비스 규모가 매년 확대되는 현 추세대로라면 운영적자 폭도 증가하는 만큼 서비스 유지관리를 위해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씨는 "자전거 운영대수가 증가하는 데 따른 운영 예산이 커지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시범도입 후 12년만의 요금 인상이라는 보도를 봤다. 단 번에 요금 페달을 밟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따릉이 서비스가 매년 성장한다고 홍보하면서 예산 계획은 안 짰다는 것 아니냐. 점진적으로 요금 인상을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주요 커뮤니티에도 급격한 요금 인상을 염려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직장 출퇴근 수단으로 따릉이를 이용한다는 한 네티즌은 "대중교통 요금을 한 번에 두 배 인상하는 경우도 있냐"는 취지의 성토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엔 '물가가 너무 올라 힘들다'며 글쓴이 의견에 동의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따릉이 서비스의 당초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서울시가 교통복지 차원에서 접근해 보완 대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015년 공공자전거 서비스사업을 공식 시행하며 '자전거를 매개로 교통·환경 등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서울 교통체증 해결과 탄소배출 저감을 목적으로 도입했던만큼 유지관리비용을 시민들에게만 떠넘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따릉이의 공적 순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서울시의 역할을 강조했다. 구 교수는 "따릉이는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서울시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사막 속 오아시스'와 같은 사회적 기능도 수행한다. 단기적으로 손실을 보고 있더라도 이를 장기적인 수익 모델로 끌고가는 것은 서울시 책무"라고 지적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