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 전시 선봬
출품작 총 103점, 백남준 1980~90년대 작품 공개
백남준·한국 미술사 중요 작가 작품 포함 총 103점
[과천=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백남준의 손에서 탄생한 김유신 장군은 어떤 모습일까. TV모니터의 얼굴에 라디오 수신기로 중무장한 김유신이 말을 타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김유신이 백남준의 손에서 탄생하니 새로운 모습이다. 1990년대의 최첨단 과학 문명의 산물인 TV, 라디오, 전화기가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라의 대표 인물 김유신 장군으로 형상화됐다. 백남준이 할 수 있는 신구의 조합이다. 백남준은 관람객이 이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의 역사적인 인물 시리즈를 선보였던 때가 있었다.
올해 백남준(1932~2006) 탄생 90주년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백남준의 예술적 성취와 영향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시 '백남준 효과'를 10일부터 2023년 2월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다. 백남준의 '김유신'을 비롯해 그가 한국 현대미술 발전과 후대 작가들에 끼친 영향을 통해 백남준의 예술적 성과를 드높인다. 전시 출품작은 총 103점이다. 백남준의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의 주요 작품 43점과 한국 동시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 25명의 1990년대 회화와 설치, 사진 대표작 60점을 포함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2022.11.09 89hklee@newspim.com |
이번 전시를 준비한 이수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보통 백남준의 영향을 떠올리면 비디오 아트와 연결 짓는데, 백남준은 한국 미술씬에 큰 영향을 미치고 기여한 작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비디오작업으로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라 한국 미술씬에 더 많은 매체와 주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장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이 1984년, 35년 만에 귀국한 후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끼친 영향을 조명한다. 또한 백남준이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기획했던 역사적인 전시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 땅'(1992),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1993)의 주요 주제들을 통해 1990년대 한국 미술의 상황을 새롭게 살펴본다.
[과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9일 오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백남준 효과' 언론공개회에서 주요 작품들이 공개되고 있다. '백남준 효과'는 비디오 아트 선구자 백남준(1932~2006) 작가의 예술적 성취와 영향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 전시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진행된다. 2022.11.09 mironj19@newspim.com |
[과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9일 오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백남준 효과' 언론공개회에서 주요 작품들이 공개되고 있다. '백남준 효과'는 비디오 아트 선구자 백남준(1932~2006) 작가의 예술적 성취와 영향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 전시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진행된다. 2022.11.09 mironj19@newspim.com |
전시는 4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섹션1에서는 백남준이 한국의 미술을 세계에 알리고 국제적인 행사에서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작품과 시각을 소개한다. 한국 세계화의 꿈을 담은 작품이자 백남준이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에 출품해 황금사자상을 받은 '칭기즈 칸의 복권'(1993)을 선보인다 또한 한국 전통설화의 인물과 위인을 주제로 한 로봇시리즈인 '장영실'(1990), '김유신'(1992) 등이 전시된다.
섹션2에서는 과학기술을 미술계에 차용한 백남준의 이야기와 이에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비디오 설치 연작 '나의 파우스트'(1989~1991) 13점 중 6점이 이번 전시에 공개된다. 뾰족한 고딕 성당을 연상시키는 구조물에 20여대의 작은 TV모니터들이 콜라주 된 작품이다. 백남준 특유의 폭포처럼 쏟아지는 빠른 이미지 전환과 과다한 정보의 흐름이 영상으로 편집돼 송출된다. 첨탑 부분에 각 주제를 상징하는 오브제들이 보인다. 이번에는 농업, 인구, 민족주의, 예술, 통신, 교통을 주제로 한 작품이 관람객과 만난다. 이와 같은 혼합매체 설치 작품인 양주혜의 '그래도, 남아있는 것들...'(1994/2002), 홍성도의 '시간 여행'(1995/2022), 전수천의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1994~1995)도 함께 전시된다.
[과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9일 오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백남준 효과' 언론공개회에서 주요 작품들이 공개되고 있다. '백남준 효과'는 비디오 아트 선구자 백남준(1932~2006) 작가의 예술적 성취와 영향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 전시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진행된다. 2022.11.09 mironj19@newspim.com |
[과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9일 오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백남준 효과' 언론공개회에서 주요 작품들이 공개되고 있다. '백남준 효과'는 비디오 아트 선구자 백남준(1932~2006) 작가의 예술적 성취와 영향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 전시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진행된다. 2022.11.09 mironj19@newspim.com |
섹션3에서는 혼합매체와 설치, 혼성성, 제3의 공간과 대안적인 공간을 다룬다. 혼합매체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이 공간에서는 백남준의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1965-67'(1996)을 공개한다. 이 작품은 TV 내부 회로의 전자기적 신호를 방해애 달처럼 보이도록 구현한 작품이다. 백남준은 '달'을 '자기 성찰적인 매체'로 보고 가장 최신의 기술로 가장 오래된 매체를 보여줬다. 이 외에 대중문화 속 이비지를 회화로 옮겨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부여한 이동기의 '프로그램'(1992-1993)과 복사기를 이용해 기존 이미지를 왜곡, 변형해 시각예술의 표현영역 확장을 꾀한 석영기의 '앤디 워홀의 옷'(1992) 등을 볼 수 있다.
섹션4에서는 백남준 작가의 정체성과 고민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채워졌다. 이수연 학예연구사는 백남준의 정체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 그의 어린시절 가족 사진인 '비밀이 해제된 가족사진'(1984)을 공개했다. 백남준이 가족사진에 직접 인물을 식별해 쓴 독특한 작업이다.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치고 있는 남성에 'My Mother(엄마)'라고 적혀 있다. 백남준의 어머니가 남자의 모습으로 차려입자며 낸 엉뚱한 제안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다. 유교적인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끼리 그것도 남장을 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모습에서 유쾌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백남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백남준, 비밀이 해제된 가족사진, 1984, 종이에 에칭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2.11.09 89hklee@newspim.com |
아울러 이 섹션에서는 당대 문화의 주요 이슈였던 개인 욕망의 발현과 자기표현 시도를 투영한 작품들을 당시 한국 시각의 문화의 정체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불의 '갈망'(1989), 문주의 '이름 없는 원(1997/2022), 김해민의 '춘'(1994/2022) 등이 있다.
전시장에는 백남준 작가의 1990년대 시대상을 보여주는 대중매체 자료 및 역사자료와 함께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1992),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1993) 기관 자료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1995년 리옹 비엔날레를 비롯해 백남준이 참여한 주요 전시들이 담긴 영상 등을 선보인가. 이번 아카이빙 전시에는 백남준 작업에 함께한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가 도움을 줬다. 이정성 대표는 지난 9월15일 재가동된 '다다익선'을 비롯해 구겐하임 미술관에 소장된 '백남준의 세계' '파우스트' 등 백남준 작품의 기술적인 부분에 함께했다. 이 대표는 9일 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백남준과 주고받은 메시지, 작품을 기획하기 위해 파리에서 2년간 구상한 영상과 도면 등을 직접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가 9일 오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백남준 효과' 언론공개회에서 주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백남준 효과'는 비디오 아트 선구자 백남준(1932~2006) 작가의 예술적 성취와 영향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 전시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진행된다. 2022.11.09 mironj19@newspim.com2022.11.09 mironj19@newspim.com |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탄생 90주년 '백남준 축제'의 피날레를 장실할 이번 기획전을 통해 1990년 한국 시각 문화 정체성에 큰 영향을 끼친 백남준의 예술적 성취를 재조명하고 드높이는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