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개입 직후 140엔까지 회복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일본이 추락하는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24년 만에 첫 환시 개입에 나섰다. 환율은 140엔대로 다소 회복했으나, 실질적인 금리 인상 조치 없이는 개입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이날 1998년 6월 이후 약 24년 3개월 만에 엔화 매입·달러 매도의 환시 개입을 했다.
이날 오후 칸다 마사토(神田真人) 재무관(차관급)은 "발 밑의 외환시장에서 투기적인 움직임을 배경으로 급속하고 일방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과도한 변동을 우려해 조금 전 단호한 조치(외환시장 개입)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장 개입 발표는 같은 날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한 뒤 엔/달러 환율이 145.90엔으로 24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뤄졌다.
이날 BOJ는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현행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고, 전날 75bp 인상 결정을 내린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욱 확대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치솟은 것이다.
엔/달러 환율이 145엔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이다.
개입 발표 직후 환율은 140.31엔까지 떨어졌고, 22일 뉴욕장 후반 142.33엔대를 기록했다.
일본 엔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日 방어능력, 투기세력 잡기에 '역부족'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의 금리 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어 조치의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노무라증권 소속 고토 유지로는 "BOJ의 완화 정책과 엔화 매입은 서로 상충한다"면서 환율 방어 한계를 지적했다.
환시 개입 비용도 문제로 꼽히는데,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임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개입을 "의외였다"고 평가하면서 "엔화 매입은 그 자체로 독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엔화 방어 시 외환보유고에 있는 달러와 미국채를 활용하기 때문에 무한정 매도가 가능한 엔화와 달리 달러 매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일본의 외화보유액으로는 엔화 방어를 사흘 정도밖에 못 한다고 지적했다.
노무라 리서치 소속 기우치 다카히데는 "막대한 시장 스케일을 감안하면 외환보유액으로 방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개입 효과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엔화 약세가 글로벌 펀더멘털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일본이 투기세력과 오랜 줄다리기를 이어가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JP모간 사사키 도루는 "일본 정부가 인위적으로 엔화 약세를 멈춘다 해도 (미국과의) 금리 차이 확대와 무역 적자로 인해 엔화가 부담을 받는 상황에서는 투기세력이 뛰어들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헤지펀드들 역시 투자자들이 엔화의 비이성적 움직임을 역으로 이용하려 할 것이며, 개입 결정을 내린 일본 정부는 결국 만신창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