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게 고강도 거리두기 시행했지만 2223명 신규 확진자 발생
모더나 사 물량공급 줄여 백신 수급도 불투명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상 처음으로 2000명을 돌파했다. 정부의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도 진정되기는 커녕 확진자가 더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백신 수급에도 빨간 불이 켜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집단면역 조기 달성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1일 0시 기준 전일대비 2223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20일 발병 이후 569일 만에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선 것이고 한 달 넘게 고강도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휴가철 영향 등으로 확산세가 더 심해지는 모습이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8.03 photo@newspim.com |
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향과 관련, "또 다시 국민들께, 조금 더 참고 견뎌내자고 당부드리게 되어 대단히 송구한 마음 금할 수 없다"며 "짧고 굵게 끝내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5일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를 2주 연장하면서 "정부는 확산세를 하루속히 차단하고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를 다시 2주 연장했다"며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게 되어 매우 송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지난 2주간의 고강도 조치에 의해, 확산을 진정시키진 못했지만, 확진자의 급증세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었다"며 "그 효과를 계속 이어가 앞으로 2주, 확실하게 확산세를 꺾기 위한 것이다. 국민들께서 어렵고 힘들겠지만, 지난 2주간 적극 협조해 주신 것처럼 조금 더 인내하며, 지금의 고비를 빠르게 넘길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국민적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강화된 거리두기 단계를 연장하게 되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심정도 같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시행한 고강도 방역 조치가 확산세를 꺾지는 못했어도, 급격한 확산세를 차단하는 데는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한달 넘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했음에도 확산세는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백신수급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모더나는 이달 국내에 들어오기로 한 코로나19 백신 850만회분의 절반 이하만 공급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방역 당국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계열 백신인 화이자·모더나의 1·2차 접종 간격을 기존 3~4주에서 6주로 늘려 백신 공백에 대응하기로 했지만 백신접종 일정도 꼬이게 됐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모더나가 지난 6일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로 8월 계약분인 850만 회분의 절반 이하 물량만 공급 가능하다고 통보해왔다"며 "모더나 측에 즉각 항의했으며 조속한 공급 방안을 찾기 위해 한국 공식 대표단을 미국 현지에 파견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권 장관이 사과하는 동안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집단 면역의 목표 시기도 앞당기고, 백신 접종의 목표 인원도 더 늘릴 것"이라며 "백신 수급을 마음대로 하지는 못하지만 확보한 백신 물량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해 반드시 목표 달성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집단 면역의 목표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문 대통령 발언의 배경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수급 불안 해소 위해서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고 그것으로 답을 갈음하겠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에 불확실성이 있지만 8, 9월 접종을 위한 백신 물량은 차질 없이 도입될 것이며, 국민들께서 더 많이 예약할수록 접종의 속도를 더 낼 수 있을 것"이라며 "3일이면 1차 접종이 2000만 명을 넘게 될 것이고 9월까지 3600만 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친다는 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목표를 앞당겨, 추석 연휴 전까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백신 물량은 차질 없이 도입될 것"이란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지 불과 사흘 후 모더나 사의 공급 차질이 나타난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차관이 적당한 시기에 방미해서 모더나 측과 원활한 수급을 위해서 협의할 것으로 알고 있고, 또 모더나 뿐 아니라 다른 백신 회사도 가능한 범위에서 만남을 갖고 백신 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정부의 행보를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추석 전 3600만 1차 접종 달성 관련해서 지금 모더나 백신 도입 상황 변경으로 인해서 어려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추석 연휴 전 3600만 명 1차 접종 달성을 위해서 신속한 백신 도입 또 접종 속도 제고를 위해서 최대한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에서는 백신 수급 불안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11일 "이제는 백신 부족의 이유가 무엇인지, 누가 잘못해서 이 지경이 되었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때가 왔다"며 "백신 부족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그동안 정부 발표를 믿고 백신 부족 사태에는 가급적 비판을 자제해왔다"며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부는 양치기 소년처럼 계속 거짓으로 국민을 기만해왔다. 대통령은 '세계가 모두 겪는 일'이라는 어이없는 말로 국민의 화만 돋우고 아무도 믿지 않는데 집단면역이 곧 이루어질 것처럼 허풍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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