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감당 못하는 '무용지물' 배수펌프장...전통시장 피해 키워
[함평=뉴스핌] 조은정 기자 = 전남 함평군 함평읍 일대가 역대급 장마로 침수된 가운데 11일 빗줄기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물폭탄이 휩쓸고 지나간 함평엑스포공원과 함평전통시장의 처참한 광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함평엑스포공원 현장. 하늘은 언제 비바람이 몰아쳤냐는 듯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이지만,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축제장 바닥에서 질척거리는 진흙과 금방이라도 지면으로 침범할 듯 차오른 강물을 볼 수 있다.
[함평=뉴스핌] 조은정 기자 = 폭우가 쏟아진 8일 오전 전남 함평군 함평엑스포공원 '엄마 고마워 전시관'이 침수됐다. 2020.08.11 ej7648@newspim.com |
지난 8일 함평에는 109mm의 비가 쏟아지면서 함평엑스포공원은 물바다로 돌변했다. 공원 관계자들은 집중호우 소식에 전날부터 시설물을 단단히 결박하고 제방에 모래주머니 쌓기 등 대비 조치를 했지만, 침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엑스포공원사업소 담당자는 "공원 바로 옆에 함평천이 흐르고 있다. 만조시 영산강 수위 상승으로 함평천 제방이 무너져 공원 내 시설물이 침수돼 넘었다"고 말했다.
[함평=뉴스핌] 조은정 기자 = 8일 오전 함평엑스포공원 내 '엄마 고마워' 전시관에 유물이 집중호우로 침수됐다.2020.08.11 ej7648@newspim.com |
이어 "식물은 물론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유물이 큰 손해를 입었다"며 "유물 중에 종이와 목재는 복원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함평엑스포공원 문화유물전시관은 군민들이 일부 기증한 것으로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의 생활유물과 모형 등 유물 6558점 중 전시물 1295점을 제외한 나머지 5133점이 전시돼 있다.
함평군 관계자에 따르면 함평축제장은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금액만 21억5000만원으로 추산된다.
함평읍 전통시장 등 상가와 주택 80여 가구가 침수되기도 했다. 인근 배수로의 물이 역류하면서 점포들이 물에 잠겼다. 토사가 유입되면서 피해가 더 컸다.
[함평=뉴스핌] 조은정 기자 = 8일 오후 내린 폭우로 전남 함평군 함평읍내 전통시장이 물에 잠겼다. 2020.08.08 ej7648@newspim.com |
함평전통시장 상인 K씨는 "폭우에 물이 무릎까지 올라오고 점포들이 잠기면서 시장이 재산상 큰 손해를 입었다"며 "인근 배수펌프장이 작동하지 않았다. 물이 너무 순식간에 차올라 읍내 일대가 범람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함평군 안전건설과 담당자는 "수해 당일 배수펌프의 정상 작동 여부는 확인했다"며 "사실상 현재 설치된 배수펌프는 분당 7t으로 지난 8일에 내린 집중호우에는 하천이 범람해도 배수펌프장은 제 역할을 못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같은 호우엔 무용지물이란 대답이다.
[함평=뉴스핌] 조은정 기자 = 함평군 주민들이 복구 작업에 나섰다. 2020.08.11 ej7648@newspim.com |
배수펌프장은 '설계 빈도'에 따라 수용 가능한 빗물의 용량이 결정된다. 설계 빈도는 해당 구조물을 설계할 때 산출한 수문량의 발생 빈도이다. 정부가 권장하는 주기로 확대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사실상 진행이 쉽지 않다는 게 군청 측 설명이다.
군은 지난 6월 착수대상 지구로 선정돼 64억여 원의 사업비 전액을 국비로 확보해 대동면 상옥리 금곡리, 나산면 수하리 일대 농경지 53ha 면적에 배수펌프장 1개소, 배수문 1개소, 배수로와 용수로 등의 매립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안전건설과 배수펌프 담당자는 "이번 수해를 입은 전통시장 인근 펌프장 사업발주처와 계약이 완료됐다"며 "인근 전통시장 공사로 인해 배수펌프공사가 지연됐고, 그런던 중 침수 사고가 일어났다. 모든 인력을 동원해 빨리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함평군은 지난 7~8일 내린 집중호우(287mm)로 주택‧건물 100여 채와 농경지 1300여 ha가 침수되는 등 총 100여 명의 이재민과 100억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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