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18.5%→5.9%로 대폭 낮춘 임금 수정 요구안 제시...한발 물러나
노조, 8일 교섭 재개 제안...사측, 수정안 수용 불가 "만남 가능성 낮아"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임금·단체협약 협상 결렬로 갈등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 노사가 8일 만나 임금 인상과 관련해 타협점을 찾을지 관심을 모은다.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 결렬로 파업을 선언했던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률을 대폭 낮추는 등 기존 요구안을 수정, 한 발 물러나면서 교섭 재개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사측이 노조의 임단협 수정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8일 만남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좀처럼 노사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임단협 협상이 '안갯속' 국면에 빠진 모양새다.
◆노조, 8일 만나 "교섭 재개하자" 제안...임금 인상률도 18.5%→5.9% 대폭 축소
홈플러스 민주노조연대(노조) 측은 지난 6일 오후 기존 임금 인상안과 단체협약 요구안을 수정한 공문을 사측에 전달하면서 오는 8일 양측이 만나 임단협 협상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노조는 사측에 수정안에 대해 답변서를 7일 정오까지 회신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우선 수정된 임금 요구안에는 ▲정규직 임금 인상률 18.5%→5.9%로 대폭 축소 ▲호봉제 도입 ▲지난해 미지급 임금 소급 지급 등이 포함됐다.
노조 측은 상여금 100% 인상을 비롯해 여름휴가비 신설, 명절상품권 인상, 노동절 상품권 신설 등에 대한 요구도 모두 철회했다.
노조 관계자는 "18.5% 임금 인상률은 근로자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했다. 최저시급 1만원 수준"이라며 "임단협 협상의 파국을 막고 교섭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공무원임금 인상안(4.4%) 등을 반영해 5.9%로 대폭 낮췄다. 코로나 위기와 경제상황을 고려한 최소한의 인상 폭이다. 올해 최저임금 179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4.1% 인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단체협약과 관련된 요구안도 담겼다. 우선 폐점을 전제로 한 안산·둔산·대구점 매각을 중단하고 매장 근로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강제 전환배치와 일방적 매장 통합운영을 중단하고 ▲인사·평가제도 개선 및 악용 금지 ▲익스프레스 주5일제 전환 등 노동환경 개선 등이 주된 내용이다. 기존에는 노조가 139개에 달하는 단체협약 합의를 요구했는데, 5개 조항으로 대폭 축소했다.
노조가 한 발 물러선 것은 홈플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악화돼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노조가 임금 요구안으로 제시한 18.5% 인상률이 과도하다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측, 노조 수정안 수용 못해..."8일 만남 가능성 낮다"
홈플러스 사측은 이날 홈플러스 민주노조연대(노조)가 전날 공개한 수정안에서 임금 인상률을 제외하고는 기존 요구안과 전혀 다를 게 없다며 수정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노조의 요구안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8일 교섭에 참여할 것인지 결정 내리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낮다. 노조의 요구안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만큼 공식적으로 교섭에 응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특히 노조가 오는 8일 임단협 교섭을 재개하자고 건의한 것과 관련해 사측은 "현재 최종적으로 요구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면서도 교섭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한 홈플러스는 노조가 정한 시한인 이날 정오까지 수정안에 대한 회신도 끝내 하지 않았다. 노조가 5.9% 임금 인상안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단체협약 내에 포함된 점포 매각과 전환배치 등을 노조와 협의하라고 하는 것은 인시권과 경영권에 대한 직접 침해와 관련된 부분으로 문제 소지가 있다고 사측은 주장했다. 이미 노조와 합의된 통합부서 운영마저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 측은 사측에 성실한 태도로 교섭에 응하라고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이견이 있으면 교섭장에서 의견 조율을 통해 협의해 나가자는 것이다. 노조는 끝까지 사측이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쟁의행위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부분파업, 간부파업 중심으로 운영하되 마지막 수단으로 총파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총파업 선결조건은 모두 충족한 상태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도 결렬됐고 노조는 지난 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79.8%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 인상률 등 사측과 입장 차를 보이는 부분은 교섭장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며 "근거가 부족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으면 교섭장에서 협의하면 되는데, 무리한 요구라거나 인사권, 경영권이라고 주장하며 일체의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 교섭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한편 홈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은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대비 4.69% 감소한 7조3002억원이며 영업이익은 38.39% 줄어든 160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으로 전년 대비 창사 이래 가장 큰 손실을 봤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