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각국의 경제 악화로 외국에 나가 일하는 개도국 이주 노동자들이 대거 실직해 이들이 본국에 송금하는 돈에 크게 의존하던 개도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기준 필리핀, 인도, 멕시코 등 개도국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에 보낸 돈은 5540억달러(약 661조4760억원)로 사상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는 저소득국 및 중진국에 유입되는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보다도 많고 외국 정부의 개발 원조 금액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마닐라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코로나19(COVID-19) 봉쇄조치가 지속되고 있는 필리핀 마닐라 빈민가에서 아이들이 점심으로 간장밥 한 접시를 나눠먹고 있다. 2020.05.25 gong@newspim.com |
전 세계 개도국에서 식료품, 연료, 의료비용 등 생존을 위해 이러한 본국 송금 자본에 의존하는 인구는 수백만명에 달한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인 딜립 라타는 "개도국 상당수 인구의 생명줄이 끊겼다"고 말했다.
라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이주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액이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교해 네 배나 더 큰 폭 감소하는 것이고, 세계은행이 1980년대 본국 송금 동향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국가별로 중남미 엘살바도르의 지난 4월 본국 송금액은 2억8700만달러로 40% 급감했다. 이로 인해 엘살바도르에서는 식량 위기가 촉발됐다. 슬럼가 곳곳에는 굶주리고 있음을 알리는 흰색 깃발이 집집마다 걸려 있고, 자선단체들은 이들을 구제하기에 역부족이다.
방글라데시의 본국 송금액은 4월 24% 감소했다. 방글라데시는 주요 수입원인 의류 수출이 85% 급감한 데다 이주 노동자들의 실업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이 전 세계 다양한 지역과 다양한 산업군으로 퍼져 있어 과거 글로벌 경기 악화 시에도 본국 송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필리핀도 타격을 받았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올해 본국 송금액이 약 15억달러로 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며, 일각에서는 20% 감소를 예상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은 페소화 강세까지 겹쳐 올해 국가 재정이 크게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 총 인구의 10%에 달하는 약 1000만명의 이주 노동자가 대만 가사도우미, 중동 호텔 직원, 미국 간호사 등으로 일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이 본국에 송금한 액수는 35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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