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대규모 투자 허용 및 스왑 거래시 증거금 축소
수백억달러 풀린다...증거금 축소 400억달러 절약
당국 내부서 이견...민주당계 인사들 반대표 던져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은행의 투기적 거래를 제한하는 볼커룰을 완화하는 개정안이 25일(현지시간) 금융당국의 승인을 모두 마쳤다.
개정안에는 은행의 벤처캐피털(VC) 대규모 투자를 용이하게 하고, 스왑 거래에서 요구되는 증거금 규모를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은행의 경영 자율성이 커지는 한편, 스타트업(신생기업) 등에 대한 투자 자금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 미국 은행의 벤처캐피탈 투자 허용...옵션 증거금 완화
골드만삭스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현재 볼커룰은 은행의 사모펀드와 VC, 헤지펀드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VC가 제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출자하는 VC에 대규모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연준은 지난 1월 은행들의 VC 투자 완화를 재검토하기 시작해 업계 의견을 근거로 관련 작업을 진행했다. 이날 연준뿐 아니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이 VC 투자 완화안을 승인했다.
아울러 FDIC와 연준, OCC는 은행들이 스왑 거래 때 미리 준비해야 할 증거금을 축소하는 규정안을 같은 날 승인했다. 이로 인해 미국 대형 은행이 증거금으로 확보했던 연간 약 400억달러(약 48조원)가 불필요하게 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은행들의 경영 자율성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이로써 이날까지 2가지 내용이 담긴 볼커룰 개정안이 연준과 FDIC, OC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TFC) 등 4개 금융당국의 승인을 모두 얻어 오는 10월1일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은행에 묶여있던 수백억달러 자금이 자유롭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볼커룰은 2008년 금융위기를 반복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으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제정한 '도드-프랭크법'의 핵심이다. 은행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도록 자기자본 거래와 펀드 투자를 엄격히 제한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이 볼커룰을 충실히 이행해 금융 시스템이 안정된 가운데 미국 금융당국은 관련 규제 완화를 모색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볼커룰 완화를 주장해온 바 있다.
◆ 볼커룰 완화에 이견 남아...연준 '스트레스테스트' 경고음
볼커룰 개정안을 둘러싸고 금융당국 내부에 이견은 남아있다. 이날 연준과 FDIC의 민주당계 인사들은 증거금 축소안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예로 이날 FDIC가 실시한 증거금 축소안 표결에서 반대 1표(찬성 3표)가 나왔다. 민주당계 인사들은 개정안으로 은행들이 위험 거래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고 WSJ은 전했다.
볼커룰 완화 소식에 미국 뉴욕 증시에서 은행주 가격은 급등했다.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전날 종가보다 각각 3.4%, 3.8% 상승하는 등 주요 은행주로 구성된 KBW은행지수는 3.4% 올랐다.
하지만 정규장 마감 이후 연준이 대형 은행들에 올해 3분기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고 배당금 지급 규모를 현 수준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나오자 은행주 주가는 반락했다.
연준은 이날 대형 은행 34곳을 상대로 실시한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자본 건전성 심사) 결과 코로나19(COVID-19) 확대에 따른 가혹한 경기 후퇴 시나리오에서 몇몇 은행이 최소 자본 기준에 불안전한 모습으로 근접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자본 지출 계획을 연준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고 CNBC방송은 전했다. 시간 외 거래에서 웰스파고와 골드만삭스가 3.5% 급락하고 JP모간이 2%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준은 통상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경기 악화나 시장 혼란을 상정한 시나리오에서 은행이 충분한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점검한다. 이번에는 코로나19 감염 확대와 관련한 분석 항목을 더했다. 구체적으로 경기 회복 궤도와 관련해 브이(V)자, 유(U)자, 더블유(W)자형 등 3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건전성을 검증했다.
대체로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양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랜들 퀄스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은 "가장 강도 높은 경기후퇴 시나리오에서도 은행 시스템은 양호한 자본 수준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된 가혹한 경기 후퇴 시나리오는 U자 및 W자 시나리오로, 연준은 구체적으로 어떤 은행이 최소 자본 기준에 안정적이지 않게 근접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은행들은 오는 29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배당금 등 자본 지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은행들은 자사주 매입의 경우 지난 3월 자발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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