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올해 글로벌 에너지 투자가 역대 최대폭 감소해 앞으로 세계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게 되면 에너지 안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경고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에 따르면, IEA는 27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에너지 투자' 연간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부문 투자가 전례없는 규모와 속도로 급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에너지 안보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유 배럴 [사진=로이터 뉴스핌] |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에너지 투자 감소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현재 일자리와 경제적 기회 상실을 뜻할뿐 아니라 미래 경제 회복기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이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한 "핵심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가 감소해 지속가능하고 회복탄력성 있는 에너지 체제로의 절실한 전환이 와해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IEA는 올해 초만 해도 올해 글로벌 에너지 투자가 6년 만에 최대인 2%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이후 전망치를 20% 감소로 급격히 수정했다. 이는 한 해 투자 규모가 4000억달러(약 494조4000억원) 가까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IEA는 또한 에너지 수요 감소, 에너지 가격 하락, 에너지 비용 미결제 등의 요인들이 합쳐져 올해 각국 정부와 산업이 얻는 에너지 수익이 1조달러(약 1236조원)를 훨씬 넘는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에는 석유 수요가 전기 수요를 처음으로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팬데믹 시기 위기 대응 및 경제사회 활동에 있어 전기는 핵심 역할을 하지만, 봉쇄조치로 이동이 줄어 연료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한편 비롤 사무총장은 "팬데믹 덕분에 대기오염이 줄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대기오염을 지속적으로 줄이려면 청정에너지 투자가 크게 증가해야 하지만 올해 이 분야 투자도 정체 상태"라고 지적했다. IEA는 올해 청정에너지 투자가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 美 셰일 프로젝트 투자 반토막
IEA는 올해 미국 셰일 산업 투자가 절반 급감해, 유가가 랠리를 펼치더라도 셰일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롤 사무총장은 "글로벌 에너지 투자가 전반적으로 역대급 감소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셰일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셰일 산업은 언제나 재정 압박을 받아왔는데 현재 자본과 투자신뢰도가 바닥"이라고 말했다.
팬데믹과 유가전쟁 여파로 배럴당 30달러를 하회하던 국제유가는 최근 경제활동 재개에 힘입어 35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셰일유 업체들이 채산성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019년 기준 셰일유 업체들의 원유 1배럴 생산 비용이 평균 35달러90센트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현재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않으면 적자를 면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최근 수개월 간 생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중소 규모 셰일유 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졌고, 대기업들도 자본지출을 대폭 삭감했다. 지난 4월 엑손모빌은 올해 자본지출을 30% 줄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로 끌어올린 셰일유 붐이 산산조각나면서 미국 산유량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 중심지인 텍사스 퍼미안 분지의 원유 펌프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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