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지온, EAP FDA 승인 미공시..거래소 "소급 적용은 어렵다. 날짜 확인 중"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코스닥 바이오 종목이 새로운 공시 가이드라인을 적용 받고 있는 가운데 헬릭스미스가 제재를 받는 첫 사례가 됐다. 또 최근 대표 인터뷰 및 홈페이지를 통해 임상 관련 중요 사항을 밝힌 메지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결과 전달 날짜가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가이드라인 배포 이전에 발생한 사실에는 소급적용을 하기 어렵다고 보고 회사 측에 구체적인 날짜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헬릭스미스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확실시됐다. 엔젠시스(VM202) DPN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템에 공시를 하지 않고 시장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오전 두 차례 걸쳐 헬릭스미스는 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당초 약물 혼용으로 인해 결과조차 내지 못했던 임상 3-1상에 대한 결과를 담고 있었다. 여기에 이날 오후 공식 홈페이지에 대표이사 이름으로 입장문까지 발표하며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혼용을 한가지 가능성으로 제시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 다른 여러 가능성들도 언급한 것"이라며 "실제 그중에 하나가 그 원인이다. 임상 3-1은 주평가지표를 만족하지 못했으니 실패이고, 3-1B는 대성공이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16일 오후 김 대표는 한 경제지를 통해 3-1상의 실패 원인에 대해 밝혔다. 그는 "엔젠시스의 첫 번째 임상 3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발생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분명히 파악했다"며 "혈중 유전자 검사는 간혹 틀릴 때가 있다. 분석기관에 추후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17일 오전 이상현상의 원인과 약물혼용 가능성 및 임상 결론에 대한 최종 해석 등 공식 홈페이지에 다시 한번 추가 설명자료를 게시했다. 총 5번에 걸쳐 시장에 임상 관련 내용이 공개될 동안 공시는 없었다.
공시는 17일 장 마감 이후 저녁 7시가 다 돼서야 올라왔고, 결국 18일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헬릭스미스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어제 헬릭스미스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가 나갔고, 지정될 예정이다"며 "현재 임상 시험 중인 약물은 회사의 중요한 경영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작년 9월 임상 결과 공시를 한 내용의 결과가 바뀌었는데도 공시가 이뤄지지 않고, 회사가 확정적으로 여러 번 시장에 발표했다. 중요사항 공시를 누락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위반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헬릭스미스 측은 "시장에 공정한 정보를 빨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도자료로 배포했고, 특정 언론에만 결과를 흘린 적 없다"며 "다만 금융당국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임상 결과를 시장에 공개하려면 우선 공시부터 이행돼야 한다고 얘기를 전했다. 미쳐 디테일하게 챙기지 못했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앞으로는 주의하겠다"고 전했다.
또 메지온은 지난 17일 박동현 메지온 회장의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메지온은 지난해 폰탄수술 치료제 유데나필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했다. 1차지표는 실패했지만,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된 2차지표를 통해 FDA 허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기사에서 최초로 판매허가 전 환자들에게 유데나필을 공급할 수 있는 조기공급프로그램(EAP·Early Access Program)의 FDA의 승인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쳤고, 이날 공식 홈페이지에 회사 측은 "EAP는 이미 FDA의 승인을 받은 상태로 EAP에 참여하는 각 병원과 관련된 마지막 서류작업을 하고 있다"며 "지난주 CHOP Conference에서 프로그램 개시를 발표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가 지난 9일 발표한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을 위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EAP는 중요공시 사항이다.
EAP는 의약품규제기관이 안전성, 유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되므로, 중요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상장법인은 조기처방프로그램을 신청한 사실 및 규제기관의 승인 여부 관련 결정 사실이 있는 경우 이를 공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거래소 측은 "조기처방프로그램이 통과된 게 가이드라인 배포된 이후일 경우 공시 위반 여부 판단 대상이 맞다"며 "다만 FDA의 EAP승인이 가이드라인 시행 전에 나왔다면, 소급해서 적용하기는 어렵다. 현재 회사 측에 날짜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메지온 관계자는 "EAP 승인을 받은 건 확실하며, 정확한 승인 날짜까지는 모른다"며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충분히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알렸기 때문에 공시를 하지 않은 점이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