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정부가 내년 초로 예상되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압류자산 매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각 시 각종 대항조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30일 "일본 정부가 (압류 자산이) 현금화할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나 한국 정부에 대한 배상 청구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금화로 인해 (일본 기업이) 입을 손해와 같은 정도의 손해를 한국 줄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30일 이후 일본제철 등 일제시대 강제징용 관련 기업들을 상대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을 연이어 내렸다. 일본 정부는 이에 맞서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문제로 "이미 해결이 끝난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본 기업들이 자국 정부 입장에 따라 피해자 측과 협의에 응하지 않자, 원고 측에서는 해당 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을 압류해 매각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원고 측 변호사에 따르면 내년 1월이면 법원으로부터 자산 매각 명령이 나와 경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대법원의 판결 후에도 수십명이 추가로 제소해 원고 측 수는 1000명을 넘겼다. 신문은 "앞으로도 원고 승소 판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춘식 강제징용 피해자가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에서 승소판결이 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30 kilroy023@newspim.com |
한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할 경우 "'루비콘 강'을 건너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금화는 상정하기도 싫고 만일 그런 상황이 온다면 한일관계는 아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원고 측의 자산 매각 움직임에 대해 "넘어서는 안될 레드라인"이라고 우려했지만 "원고 측의 행동을 막을 수단은 없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한일 양국 기업의 출자금을 활용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1+1'안을 제시했으나 일본 정부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 측은 양국 기업에 한국 정부까지 더해 배상금을 마련하는 '1+1+a'안을 제시했지만 일본 측은 여전히 양보하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강경 발언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회담을 가진 그는 두번에 걸쳐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에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 주변에선 "한국이 규칙을 지킬지, 지키지 않을지 양자택일이며 중간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들은 외교적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제철은 포스코와 함께 설립한 한국 내 회사 주식이 압류대상이 됐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제철 측은 지난해 말 시점에서 이미 "자사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며 한일 양국 외교노력에 따른 해결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은 "일본 정부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계에서도 문제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가 노부유키(古賀信行) 게이단렌(経団連)심의위원회 의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며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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