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P 고품질 음료, 대기업 고객사 확보의 원동력
건강기능식품·디저트, M&A 통해 본격 진출 계획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1년 중 절반은 직접 충청북도 음성 공장으로 출근해 품질 점검을 합니다. 고품질이 곧 국내 모든 대기업 카페 프렌차이즈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흥국에프엔비(흥국F&B) 본사에서 만난 박철범 대표는 "품질 유지가 회사의 생명"이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2000년 설립한 흥국에프엔비는 국내 주요 카페 프랜차이즈에 주스 및 커피, 젤라또, 팥빙수 부자재 등을 납품하는 회사이며,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특히 전 세계에 균일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카페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에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2012년 병음료를 시작으로 지금은 열 개 이상의 시즌 음료 원료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박철범 흥국에프앤비 대표가 서울 서초구 흥국F&B 본사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dlsgur9757@newspim.com |
박 대표는 오랫동안 스타벅스를 고객사로 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HPP(High Pressure Processing, 초고압 살균)'를 꼽았다. 현재 HPP 설비 2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얼마 전 1대 추가 발주한 상태다.
생과일 착즙 음료는 미생물이 많아 쉽게 상한다. HPP는 주스에 아주 강력하고 일정한 압력을 가하며, 그 과정에서 미생물은 죽고 유통기한이 늘어난다. 맛과 향, 영양소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최근 똑똑한 소비자들은 주스 병에 'HPP' 표시를 확인하고 구입한다. 가성비 높은 브랜드로 유명한 이마트 '피코크' 주스도 흥국에프엔비에서 생산하고 있다.
반면 일반적인 가공 주스는 가열을 통해 미생물을 없애며, 대부분의 좋은 영양소가 남아있지 않게 된다. 맛과 향도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색소와 같은 각종 화학 첨가물을 넣는다.
박 대표는 "프렌차이즈는 식재료에서 작은 거 하나 잘못되면 브랜드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품질 이슈가 제일 중요하다"며 "HPP를 통해 만드는 고품질 제품은 다른 곳으로 거래처를 바꾸거나 자체 생산을 시도하려던 고객사가 다시 우리 회사로 돌아오게 하는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흥국에프엔비는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 433억원, 영업이익 60억원, 당기순이익 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3.2%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6.5%, 45.4% 늘어났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전체 실적을 매출액 530억원, 영업이익 6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2%, 60.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의 이 같은 호실적은 한국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흑당버블티' 덕분이다. 이디야커피, 할리스커피, 던킨도너츠 등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는 흑당버블티의 핵심 재료인 타피오카펄과 흑당시럽을 흥국에프엔비로부터 공급받는다.
박 대표는 "작년부터 대만 타이거슈가의 흑당버블티가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탔고, 한국 유행을 예측하고 미리 관련 제품을 수입했다"며 "물량 확보에 어려움 없이 유통할 수 있었고,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요즘 카페 시장의 트렌드는 3~4개월 만에 메뉴가 바뀔 정도로 주기가 굉장히 짧다. 11월부터는 유자베이스 제품이 공급될 예정이다"며 "이처럼 적재적소에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공장에서 생산해야 하는데, 대량 생산이 이뤄지는 식품 대기업은 해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이 회사의 경쟁력이며, 카페 트렌드 변화에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며 "각각의 카페 브랜드가 필요로 하는 모든 제품을 빠른 시간 내에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은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은 '새벽배송' 트렌드에도 적합하다. 많은 스타트업이 마켓컬리, 쿠팡 등을 통해 식품 사업에 진출하고 있으며, 회사에 다양한 생산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흥국에프엔비는 내년 젤라또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소프트아이스크림 기계는 크고 고가이며, 매일 청소를 하지 않으면 미생물이 생겨 위생 관리도 힘들다. 이처럼 카페에서 사용하기 힘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다.
총 모양의 작은 기계에 캡슐을 넣으면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나오는 획기적인 상품이다.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카페 프랜차이즈에 공급할 예정이며, 빙수 시장 성수기에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흥국에프엔비는 새로운 분야를 준비 중이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디저트 제조사 및 건강기능식품 유통회사와의 인수합병(M&A)을 계획 중이다. 기업공개(IPO) 당시 조달했던 공모자금과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 110억원 등 자금은 충분한 상황이다. 적합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 인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 대표는 "우린 이미 공급 채널을 확보하고 있지만, 마카롱, 미니케익 등 '디저트'를 처음부터 직접 제조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건강기능식품'은 생산 공장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과 유통을 잘 할 수 있는 업체를 인수하려고 한다"며 "M&A를 통해 강점은 최대화하고 약한 부분은 보완하겠다는 전략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포함 주요 선진국은 밥보다 커피와 디저트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전체 산업 중에서 가장 기복이 적다"며 "국내 유일 카페 토탈솔루션 기업으로서 관련 시장 성장을 위해 어떤 걸 더 생산하고 판매할지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