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제 정식 적용
영업현장에 본사 인원 배치…자동화 확대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윗사람부터 정시 출퇴근은 Do, 업무시간 사적인 용무는 Don't.'
우리은행은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주 52시간제에 대비해 Do&Don't 캠페인을 시행한다. 직원들이 해야 할 것(Do)과 하지 말아야 할 것(Don't)을 리스트로 만들어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오는 7월에는 업무 편중 줄이기와 창구간 협업을 캠페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실전에 들어갔다. 각종 회의나 보고 시간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업무 성격에 따라 인력을 충원하거나 자동화를 도입하기도 한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정식 적용되면서 업무 효율성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주 52시간 이하 근로가 보편화돼 있지만 본격적인 시행에 맞춰 일하는 문화를 효율화해보자는 움직임이다.
우선 은행들은 회의나 보고시간을 간소화하고 있다. 회의는 가급적 1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실험중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4일부터 '하나·하나·하나' 캠페인에 돌입했다. 회의는 주 1회, 시간은 1시간 이내, 관련 자료는 1일 전 배포하자는 의미다. 보고는 사내 인트라망을 통해 비대면으로 하고, 보고 자료는 1페이지 내로 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회의 자료는 1장, 시간은 1시간 이내, 회의 결과 피드백은 1일 이내로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보고서 작성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파워포인트 보고서를 전면 금지했다. 대신 키워드 중심으로 간단하게 작성하도록 했다. 짧은 회의는 스탠딩 방식으로 진행하고, 태블릿 PC로 회의 내용을 확인하도록 해 자료 출력 등 준비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신한은행에선 알람시계까지 등장했다. 주요 회의 때마다 책상 위에 알람시계를 놓고, 5분~30분 등 미리 시간을 정해 회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NH농협은행은 매주 금요일 오전 8시에 열리던 경영위원회를 오전 9시로 미뤄 정규 근로시간 내에 회의를 소화하게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존에도 주 45시간을 넘지는 않았기 때문에 52시간제 도입이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는다"면서 "다만 가급적이면 퇴근시간에 임박해 업무지시를 하지 않고 회의를 짧게 하는 등 일하는 문화가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고 귀띔했다.
업무에 따라 인력을 충원하거나,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도입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신한은행은 이달 중순 본사 인원 50여 명을 영업점으로 보내는 인사 발령을 냈다. 주 52시간 근무 시행에 따라 영업점에 인력이 더 필요한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4월 본점 직원 40여 명을 업무량이 많은 영업점에 파견했다. 우리은행은 공항지점이나 외국인 금융센터 등 근무시간이 긴 지점의 인력을 늘렸다.
반면 단순업무에는 자동화를 도입해 인력 투입 절감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RPA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신용대출 금리산출, 파생거래 실시간 확인, 글로벌 네트워크 내무회계 점검 등 총 19개 은행업무를 자동화시켜 연간 누적 8만 업무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중심으로 PRA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인력 재배치 등으로 주 52시간제에 대비해왔기 때문에 영업점에선 혼란이 없을 전망이지만 일부 업무의 경우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젝트에 따라 업무가 집중되는 IT부서나 국내외 시차로 야간 근무가 빈번한 투자금융부서 등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들 부서에도 예외없이 52시간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운영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제 업무에서 주 52시간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PC오프제 외에 출퇴근 시간을 정확하게 체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추가 업무에 따른 유연근무제나 대체휴가제도 운영 프로세스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