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미성년자 음식점 술자리 합석만 해도 업주 과징금 정당"
자영업자 "이제 가족 단위 손님에게 술도 못 파나" 혼란 가중
전문가 "모호한 법..명확한 기준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미성년자가 음식점 술자리에 합석했다면,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도 업주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자영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했을 경우 업주들에게 모든 처벌이 집중돼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까지 나오며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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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 배윤경 판사는 최근 음식점 운영자 A씨가 서울 용산구청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지난해 2월 여성 손님 2명에게 고기와 소주를 제공했다. 이후 어려보이는 여성 손님이 자리에 합석했다.
종업원이 이 여성의 신분증을 확인하려 했으나 완강히 거절하며 승강이를 벌였다. 5~6분 후 경찰이 음식점에 들어와 현장을 적발했다. 늦게 온 여성 손님은 18세 청소년이었다.
결국 A씨는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용산구청은 A씨에게 117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A씨는 청소년이 합석은 했지만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주류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배 판사는 “청소년이 술자리에 합석했음에도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재도 하지 않았다면 주류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청소년이 주류를 실제 마셨는지 아닌지에 따라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이 알려지자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손님 무리에 미성년자가 포함됐다고 무조건 술을 판매할 수 없게 될 경우,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 성동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35)씨는 “우리 같은 고깃집은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가족 단위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에게 술을 팔 수 없다면 과연 손님들이 우리 가게를 찾겠나”라고 토로했다.
노원구 소재 고깃집 사장 B(49)씨도 “‘손님이 왕’인데 손님들한테 싫은 소리하고 심기를 건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미성년자가 술도 안마시고 동석만 했는데도 업주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장사를 해야하나”라고 호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커뮤니티에는 “이제 가족 단위 손님에게도 술을 못 파는 것 아니냐”, “잘못은 청소년들이 하고 매번 자영업자만 처벌 받는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련법이 모호한 상황에서 상황에 따른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행정사 C씨는 “지금껏 비슷한 판례분석을 많이 했지만, 이번 판결은 매우 의아하다”라며 “판결대로라면 가족 단위의 외식 손님에게 아예 주류를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인데, 하루하루 힘겹게 먹고사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치명타”라고 설명했다.
장경우 시리행정사사무소 행정사도 “상황마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번 판결로 인한 혼란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이와 관련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