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눈치 보는 태생적 한계, 사회공헌사업 연속성 중단
민간 추천 전문가 중심 독립 이사제도 실시하고, 정부 손 떼야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12년 5월 30일 서울 명동 소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출범식.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출연기관 대표자가 모두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이는 초대 이사장인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이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인물로 재단의 모든 결정 권한을 쥐고 있어서다.
앞서 은행권은 2006년에 ‘은행사회공헌협의회’를 설립했다.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기본방향을 정하는 기구다. 이 협의회도 은행연합회장이 회장을 맡았다. 이사진은 재단에 수십, 수백억원을 출연한 20개 은행의 은행장들이지만 재단의 사업방향을 정하는 의사결정권한은 정부 눈치를 보는 구조다. 협회의 사업 목적 또한 정권의 철학과 맥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공익재단에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한 사회적 기금으로 영국의 BSC(Big Society Capital) 사례가 있다.
2012년 4월 영국 캐머런 보수당 정부는 최대 4억 파운드에 이르는 휴면예금과 바크레이즈, HSBC, 로이드뱅킹그룹, RBS 등 4대 은행 각각에서 5000만 파운드씩 모은 투자금으로 BSC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BSC 지분의 60%를 보유하고 BSC의 운영을 감독하는 사회 신탁사(Big Society Trust)를 설립했다. 이사회를 사회적 경제와 금융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분야를 대표하는 리더 6인으로 구성했다. 독립성을 위한 장치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정부는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공급을 줄여나가면서 민간에 그 역할을 이양할 수 있는 출구전략을 세우고, 민간에서는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