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양국의 통상 분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이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진행되는 미국과 중국의 양자회담 결과가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정부 관계자와 학자, 기업인 등을 인용해 전문가들이 무역과 경제 등을 둘러싼 양국의 관계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와 연계된 외교정책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FP에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와 중-미 관계에 해박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 비해 양국 관계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인민대학교의 리우 지친 연구원도 "모든 문제는 G20 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며, 양측 정상이 좋은 대화를 나눌 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미·중 관계에 대한 낙관론을 설파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FP는 여기엔 두 가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온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를 해결할 경우, 중국 정부의 야심찬 첨단산업 육성 어젠다인 '중국제조 2025'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제조 2025' 계획은 로봇과 항공, 반도체, 자동차, 첨단소재 등의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 오는 2025년까지 제조업 초강대국으로 발전하겠다는 국가 전략이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자국의 경제 부흥을 위해 기술 탈취와 지식 재산권 침해, 산업 스파이 행위를 강행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날선 비판을 날려왔다.
두 번째는 트럼프 행정부가 과연 중국과의 무역 분쟁 해결에 진정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즉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G20 회담이 미중 통상 분쟁의 만병통치약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FP는 전문가들이 현재로서는 미국과 중국 양국의 기업체가 양측의 무역 긴장이 지나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 여름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중국 소재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 중 관세전 여파로 제조 시절을 중국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에 미치지 못했다. 또 제조 공장 이전을 고려했거나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가운데 생산 시설을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계획할 것이라고 밝힌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윌리엄 재릿 주중 미 상공회의소 의장은 FP에 "모든 공장을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 시킨 다음 날 무역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확인하는 바보가 되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재릿 소장은 이어 "미·중 무역 전쟁이 길어질수록, 기업 이전을 생각하는 사람의 숫자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재차 말하지만, 공장 이전을 결정한다고 해서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할 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재릿 의장은 또 통상 분쟁이 한 동안은 지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기업들은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 것인지 일단 지켜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기업들이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담 결과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공장 이전 계획에 박차를 가할 것인지, 공급망의 재편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인지 알 수 있으며, 그 전까지는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가 가져올 공장 이전 및 공급망 재편 가속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FP는 또 중국 외교부 루강 대변인이 "아직도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하며, 중국 내에서도 양국 관계를 둘러싼 낙관론이 새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FP는 양국은 과거에 현재보다 더 나쁜 최악의 상황도 극복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도 집중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매체에 "중국과 미국은 관계 수립 이후 이 같은 문제를 겪어왔으며, 이번 일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라며 "양측은 결국 또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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